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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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계절에도 꽃이 피고 그늘이 져요. 당신이 없어도 나는 언제나 울고 웃는 사람이 되었고요. 누군가의 불행 중 다행보다는 다행처럼 보이는 불행을 읽는 눈이 생겼어요. 모든 게 나아졌어요. 덕분이에요. 당신이 없다는 것만 빼고요.

나의 숱한 다행 중 유일한 불행이 된 당신은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그늘을 함께 거닐고 있겠죠. (-17-)

어릴 적에는 듬성듬성 난 흰머리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아무리 날이 더워 높게 묶은 머리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 희끗한 머리카락을 꼭꼭 숨기기 위해서 나는 사계절 내내 긴 머리를 ͒어 헤치고 지냈지. (-47-)

이따금 존중이라는 단어를 무기처럼 사용하는 이들을 만나곤 해요. 취향이고 신념이니 존중해달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달라고 할 줄만 알고 줄 줄 모르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참 모순적이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높은 펜스를 쳐둔 것으로 모자라, 무방비 상태에 있는 타인을 향하여 돌을 던지는 이들이 있어요. 존중해달라고요! 윽박을 지르면서요.(-81-)

흔하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니에요. 유일한 게 꼭 정답은 아닌 것처럼.

둘러싸인 것들에 불만이고 늘 새로운 것만을 갈망하는 이는 진주를 찾겠다며 바위 틈만 보고 있지만, 누군가는 손바닥 안에서 반짝거리는 모래알에 넋을 놓으니까요. (-117-)

제각각의 모습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 균일하게 정돈하고 싶은 마음이 헤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무심만은 아니란 걸 자연히 배웠어.

여전히 거슬리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지금을 해칠 만큼 거창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해.곧 익숙해질 거야.

주어진 그대로, 그대로 두는 일. (-142-)

침묵, 그리고 부재, 그리고 결핍이다.누군가는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사람, 관계,존재이다.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부재하거나 이탈하게 된다면,우리는 그 부재되어짐을 견디지 못할 때가 있었다. 침묵하게 되고, 부재와 결핍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순간이다. 살아생전 누군가에게 피폐함과 고통스러움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안에서 나의 시간은 멈추게 될 것이다. 온전히 침묵하면서, 나의 고통을 나 스스로 삭혀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살아가되 느끼며, 느끼되,존재하는 것, 저자에게 찾아온 어떤 일이, 누구가의 다시 찾아올 수 없는 부재를 초래하였으며, 그 부재되어짐에 대한 미상의 현실이 스스로 철학적인 사유로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이해와 공감, 배려가 필요치 않는 그 순간,우리 스스로 아픔을 느껴야 하며, 그 아픔 속에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하나하나 내것으로 일체화하곤 있었다. 삶의 근원적인 발자국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생 이야기. 나의 슬픔에 대해서, 견뎌내기 위해서,써온 글들은 그 아픔과 슬픔의 경험을 느껴본 이들만 이해하고, 체득하며, 깊이 슬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되 우리가 놓치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삶에서 ,당연한 것이 사라질 때,그 사라진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깊이 느낄 때, 인간은 깊은 후회를 할 수 있음을 저자의 글 속에 묻어나 있었다. 아픔이 위로가 되고, 아픔이 슬픔이 되며, 아픔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 공감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해오글 손에 쥐고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 이들에겐 불행이 찾아오며, 행복을 손에 쥐는 이들은 그 행복으루 온몸으로 느낀다면,나의 삶에 깊은 행복이 만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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