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어요? 걷는사람 에세이 13
이영하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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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눈물이 흔한 곳이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는 이들이 있다. 이웃 초기에는 밥 먹다 말고 울게 되면 수저를 내려놓고는 했다. 밥이 넘어가지 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울면서 밥을 먹었다. 눈에는 눈물이 나고, 입으로는 밥이 들어갔다. 또 그러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하면 웃음이 터졌다. 눈물이 나고 또 웃음이 나고 그러면서 우적우적 밥을 먹었다. 이웃에서는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다. 이웃에서 설거지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경험했을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눈물이 반찬인 양 오르는 곳, 혹여 우느라 밥을 멈추면 '그만 울고 얼른 밥 드세요' 라는 실장님의 엄명이 떨어지는 곳,우는 이의 밥상에 반찬 하나 더 가져다 주는 곳에 이웃이었다. 돌아보니 그 모든 합이 이웃의 밥상이었던 것 같다. (-28-)

이런 모습을 이야기하니 벽난로 앞에서 한가로이 뜨개를 하는 평화로운 장면을 떠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참사로 자녀를 잃고 뜨개를 하는 이들의 마음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들의 뜨개는 격렬했다. 가느다란 뜨개실을 부여잡고 고통과 맹렬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도 무방할 만큼 말이다. 구태여 긴 설명을 하지 않아고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사 초기에는 엄마들의 눈이 늘 부어 있고는 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울었기 때문이다. 붓는 정도를 넘어 눈이 짓무르는 경우도 허다했고, 종일 방바닥을 기어 다니며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는 이야기도 흔하게 들렸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고통에 부모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97-)

Q.아웃과의 인연을 맺었을 때에는 아름다운 가게 매니저로 만났는데 지금은 전업 사진작가로 활동하시네요. 이웃에서의 생일모임 경험이 사진작가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는지요? (-182-)

2020년 9월 15일,세월호 침몰 한 지 2,34일이 지난 날이다. 우리의 염원과 다르게 , 아직까지 세우러호 참사의 진실은 묻혀져 있었으며, 삶의 편린 속에서 우리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가슴에 안산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을 묻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다.고2 아이들은 이제 26살이 되어 성인이된다. 유가족 부모의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진다는 의미가 몸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삶은 서서로 무너지는 순간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내다 버리고 싶은 그 순간, 삶의 동앗줄이 되어 연결해주는 것은 이웃이며,이웃과의 연대가 서로에게 삶의 발자국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삶이 무너지게 된다. 슬픔과 절망이 켜켜히 쌓인 채, 뜨개와 설거지를 통해 삶의 명상의 본연의 가치에 접근하게 되며,내 삶을 바로 잡는 기회로 삼아갔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뜨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투쟁이었다. 견뎌야 한다는 것,그 견딤이 내 삶의 원칙이 될 수 있고, 넘어지지 않는 지지대가 되고 있었다. 사람에 의해서 상처받았던 그들이 사람에 의해서, 위로와 치유르 손길을 빌어나갈 수 있다. 사람이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수가 있다. 내 삶의 회복과 이웃과의 연대가 서로 엮이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이 책을 통해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치유와 위로의 근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으며, 억장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 지켜야 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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