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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김준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옅어지는 우리
소중하다는 말이 슬프게 들린다. 결국은 당신과 나조차도 이곳을 떠나야 하니까. 결정해야겠지, 살아가는 동안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 (-17-)
안녕 , 낯선 사람
그래, 낯선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익숙한 사람으로 죽는다면 행복한 생이라 하겠다. (-31-)
상처
나를 아주 무너뜨리는 건
가볍게 던진 말이나
툭 치고 지나가는 눈빛들
당신에게 그토록 작은 것이
나에게 이토록 크게 남아
거듭 겨울이 찾아오므로 (-47-)
빛과 어둠
나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의 착한 면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송곳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앟게 내 심장에 꽂아 대던 사람에게도 빛나는 구석이 있을까? 그도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괴로워진다. 나에게 더없이 참혹했던 사람의 미소가 어딘가에서는 빛나고 있다니.이런 불편한 사실도 감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는 않다. 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은 나조차도 누군가의 기억에 가혹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빛과 어둠,그중 어느 한쪽에만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할까?다만 이런 모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살아간느 이 세계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니까 (-49-)
관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절반만 듣고 4분의 1을 이해하며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두 배로 반응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하고 산다. (-125-)
인연
편견는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인연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나고 보면 모든 인연이 소중했는데 항상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내가 있었다. (-126-)
북두칠성
밤은 눈물이 지나간 자리에 빛을 견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운명, 상실, 회한,고독, 거짓, 영혼,절망
이것은 나와 함께 살던 일곱 개 별의 단어
어쩌면 찬란한 것들은 찬란하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길 잃은 사람아
길은 있다. 길은 잃고 잃고 잃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153-)
사람이 죽은 자리에 작은 점이 남았다. 삶이 블랙홀로 빠져들어갔다.
갈이 없는 밤이 되어서야 나타나는 희미한 구름. 나는 팔을 길게 뻗어 그것을 쓰다듬고 끌어안았다. 당신은 그 하늘 너머에 있었고, 그것이 천국의 출입구라는 학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죽었던 사랑을 다시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173-)
작가 김준의 『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는 나의 삶과 경험 속에 견뎌야 하는 일곱 북두칠성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주어진 운명을 견뎌야 하며, 상실, 회한, 고독, 거짓, 영혼,절망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삶을 견디면 살 수 있고, 견뎌내지 못하면 죽을 수 있었다. 이 두가지 선택권 안에서, 인간의 삶은 잔인하기 그지않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재인식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마주해야 하는 낯선 잔향,그 잔향들이 모여서, 어느 순간 익숙함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우리는 행복을 얻었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세상의 모든 낯선 것들을 익숙함으로 바꾸기 위해서, 내 안의 모든 감각들을 깨우려 하였다. 보이는 것을 맛보고, 느끼고, 봏고,듣고, 냄새를 맡는 모든 행위들은 오감을 넘어서서, 여섯번 째 감각 육감을 끌어올려 놓곤 하였다. 지난날을 반추하게 되면 내 앞에 놓여진 현실과 이상의 모순이 깊이 느껴질때가 있다. 절처하게 자기중심적인 나를 볼 수 있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 앞에서 , 내 삶의 본질적인 의문을 풀지 못하고, 내 삶의 위선과 모순이 갈등하게 되면, 나에게 깊은 상처가 될 때가 있다.내로남불이라는 것이 생겨난 건 그래서다. 나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했다. 나의 상처만 생각하고, 남의 상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인간이다.나의 도덕성보다 타인에 대한 도덕성을 엄격하게 생각하는 인간에게 , 스스로 오만과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항상 자기 생각에 꼽씹게 되고, 갑자기 내 앞에 놓여진 어떤 운명적 사건들에 대해서 ,왜 나에게 나타났는지 물어 보고 또 물어본다.그래서 남의 불행에 비해,똑같은 불행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불행에 대해 더더욱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래서였다. 주어진 시간, 삶을 살아가되 견뎌야 하고, 견뎌내면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 타인의 상처와 나의 상처를 ,서로 거리를 두면서 보아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서로 극단적인 아픔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삶을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