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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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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수재들의 집합소인 상산고에 원서를 넣은 건 당연했다. 상산고는 대치동에서 세살부터 사교육에 둘러싸여 준비한 아이들도 족족 떨어진다는 자타공인 최고의 명문이었다. 강남 한복판이 아닌 경기도 외곽 출신에 고액 과외 한 번 받아본 적 없었지만 높은 성적으로 당당하게 상산고에 합격했다. 상산고는 '의대 사관학교' 로 불릴 정도로 졸업생 대부분이 의대로 진학한다. 부모님은 딸이 벌써 의살하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자신감이 충만한 소현도 그대로 졸업해 의사가 될 줄 알았더랬다. (-34-)
해양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이선법이다. 이선법은 밸르 버리고 퇴선하면서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훈련인데 10미터 정도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가 11미터라는데 그 높이에 올라가니 정말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제어가 되지 않았다. (-54-)
그래도 이 직업이 고소득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나가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생활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식주가 배 위에서는 공짜로 해결된다. 사관들에겐 화장실 딸린 넓은 방이 하나씩 제공되고, 하루 세끼 식사가 나오고, 옷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니폼과 작업복을 입는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으니 주말에 쇼핑이나 작업복을 입는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으니 주말에 쇼핑이나 외식을 하러 나갈 수도 없다. 옷이나 화장품도 배 안에선 무용지물이다. 옷은 작업복과 트레이닝복 밖에 입을 일이 없고 , 더운 기관실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기 때문에 화장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 게다가 인터넷이 불안해 휴대폰 붙잡고 있다가 충동구매 유혹에 빠질 위험이 적고 망망대해에서 택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을 안 하게 된다. 회사와 집이 같은 장소에 있어서 교통비도 들\지 않고, 카페가 없어서 커피값도 쓸 일이 없다. 한마디로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구조다. (-124-)
일단 승선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생리대도 6개월치를 챙겨야 한다.배는 한정적인 공간을 여러 명이 함께 쓰기 때문에 각자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습 때 선배들은 짐이 너무 많으면 눈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백팩 하나와 캐리어 하나로 집을 간소하게 써라고 조언했었다. 그런데 6개우러치 생리대를 챙기면 캐리어의 절반이 생리대로 꽉 챃서 다른 집을 넣을 수가 없다. (-182-)
2019년 12월 뉴스 하나가 선원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현대 상선에서 국내 첫 여성 기관장이 탄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일반인들은 그냥 지나쳤을 이 기사가 엄청나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당시 일찌감치 취업이 확정해 곧 승선을 앞둔 초보 기관사 소현의 눈에는 10년 넘게 승선 생활을 이어가면서 기관사로서의 능력도 인정받는 여성 기관사 선배가 너무나 위대해 보였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해기사 세계에서 여성이 잘 버텨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고 있기 때문이다. (-282-)
3등 선박 기관사, 3등 항해사에 대해서 직업적 관심이 커졌던 시기가 2014년 세월호 사태였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배가 침몰하는 가운데, 기관장과 행해사, 기관사가 일거에 배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바다 위 망망대해를 지켜애 하는 이들이 탈출함으로서, 사회적 믿음과 책임이 소멸되고 말았다. 그래서 바다 위 망망 대해 위 배위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실제 3등 선박 기관사가 할일에 대해서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전소현은 중학교 전교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수재이다. 명문 고등학교 입학 후, 부모님은 내 딸이 의대에 입학하고, 의사가 될 거라는 생각에 부풀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3등 선박 기관사의 꿈 이전에 의사에서, 해기사가 되었던 건 그래서다. 최고의 수재에서, 최악의 꼴지가 되었다는 것은 자괴감과 절망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깨닫고, 해기사가 되기 위해서, 해양대에 입학하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두가지를 배웠다.하나는 해기사로서, 여성은 받가 생활이 최악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3등 선박기관사로서, 바다 위에 있지만, 실제로는 바다를 보는 일이 거의 없다. 배 밑 바닥에 있기 때문이다. 배 갑판에 머무르고, 기계와 싸투하기 때문이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높은 곳에 직접 올라가, 배의 기계를 수리하거나 점검해야 한다.그 과정에서 찰나의 순간,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아는 3든 선박 기관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지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고소득을 얻고,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6개월 이상 배위에 있기 때문에 소비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다.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없고,미용이나 화장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은 돈이 모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손수 자급자족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육지에서 외장하드를 가져와서 배위에서 6개월을 니내야 하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 혼자만의 독서를 즐기곤 한다. 그리고, 먼지를 덮어쓰면서, 배와 기계와 사투를 벌이곤 하였다. 배위의 생활이 항상 즐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조건은 아니었다. 자신의 꿈을 3등 선박 기관사에서, 여성으로서 최악의 조건을 극복하고 기관장이 되는 것, 이제 배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저자의 인생 목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