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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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에 매력적인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야요이의 동료로, 한 살 아래였다. 둘이서 몇 번 식사를 같이 했고, 술을 마셨다. 그뿐이었다. 만나면 즐거웠다. 어린 시절 얘기,사귀었던 남자와 여자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17-)

"담소 중이신데 잠깐 실예합니다. 소님, 혹ㄷ시 담배를 피우시나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우린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뭐라 대꾸하면 좋을지 몰랐다. 어두컴컴한 술집의 테이블 앞에서.

은색 점퍼에 하얀 미니스커트에 하얀 야구 모자를 쓴 키 큰 여자 둘이 서 있었다. 둘 다 선이 또렷한 얼굴, 한 명은 검고 긴 스트레이트 머리, 다른 한 명은 갈색으로 물들인 짧은 머리 스타일이 있다. (-58-)

루이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고,나츠메보다 일곱 살 연하였다. 키는 큰데 체형은 소년처럼 호리호리하고, 그러면서 손만 유독 컸다. 그 손에 안기면 -루이는 껴안을 때 나츠메를 보호하듯, 또는 떠받치듯 한 손은 등에 다른 한 손은 뒷머리에 대고 힘을 주었다 - 모든 것, 정말 이 남자의 품안에 있지 않은 모든 것이 불필요하게 여겨졌다.

남들은,흔해빠진 불륜이라 생각할 테[지, 나츠메는 자조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루이는 부티크 점원이었고,나츠메는 단골손님이었다. (-109-)

나는 어쩌면 울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남자가 그렇게 암시로 가득한 꿈을 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그렇게 솔직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해 주다니 대참사다.

"흥미로운 꿈이네."

하지만 나는 차분하고, 미소까지 머금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177-)

어떤 사람들은 한눈에 우리를 불륜 커플이라 여겼으리라. 직원이 짐을 들고 방을 안내해 줄 때, 나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루리는 둘 다 독신인 연인 사이다. 오래도록 기다린 니이무라 씨의 이혼이 겨우겨우 성립된 참이었으니까.

정말이지 우리는 오래 기다렸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스물 섹, 니이무라 씨는 서른 여섯이었다. 그리고 1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 ,같이 살 수 있는거야?"

니이무라 씨의 이혼이 성립되고서 백번도 더 물은 것을 나는 또 묻는다.

"그럼."

(-199-)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211-)

에쿠니 가오리의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는 2004년 출간된 소설이며, 다시 개정되어 출간되었다. 구판을 읽어 본 여성 독자라면, 지금 재차 읽게 되면, 그때의 우리 사회상과 2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사회상을 서로 비교할 수 있다. 인터넷 태동기였고,. 컴퓨터가 우리 삶을 바꿔 놓았던 시기, 점차 세상의 변화의 역동성에 적응하였던 시기였다. 특히 이 소설은 여성 독자의 디테일한 심리와 성적 욕구를 담아내고 있으며, 숨어있는 내면 속 욕구, 사랑의 실체, 육체적인 욕망과 정신적인 욕망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그때는 쉽지 않았고, 지금은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동성애, 그리고 연하남이다. 2004년 에쿠니 가오리가 이 소설을 썻을 대, 연하남과 연애를 하는 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섯살의 차이를 넘어서서, 10살 가까운 차이가 날 때,그 연애가 깨지길 바라는 못됀 심보가 사회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물론 동성애는 그때도 쉽지 않았고,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커밍아웃 이후 사회적 지탄과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걸 본다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쳐져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갸늠할 수 있다.

12편의 단편, 사랑과 불륜,부정이 속속이 스며들고 있다.불륜과 남자를 서로 엮어갔던 그 시대에, 여자의 계획된 불륜은 색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다. 결단코 허용하지 않았고, 하였어도 쉬쉬 거렸던 그 시대의 정서가 묻어내 있다.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꼭 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느껴진다. 『울준비가 되어 있다 』 는 말에는 사랑에 있어서, 여성에게 가장 큰 무기는 '눈물'이라는 걸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랑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과거과 달리 눈물을 흘리면서, 사라을 구걸하지 않는다. 도리어 진취적인 여성, 일에 대한 프로의식을 가진 여성을 더 높게 쳐주고 있으며, 사랑에 대한 시선도 바뀌고 있다. 서서히 사랑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는 가운데, 사랑에 대해 폭넙게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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