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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 일상을 환기하고 감각을 깨우는 사물 산책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3월
평점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데 친숙하고 정겹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의외로 사람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병들을 유심히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꾸준하게 사용했던 병인데도 말이죠. 음료의 이름이나 향,맛은 기억해도 그것을 담고있는 병의 생김이라든지 표면의 장식에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거죠. 병들에는 저마다 고유한 형태나 문양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질 사려서 디자인합니다. 사용자에게는 그런 조합들이 새롭고 낯설게 다가오지만 사실은 한번쯤은 사용해 봤을 익숙한 물건으로 남아있던 거죠." (-25-)
"한국적인 생활양식은 절충적이에요.집에 소파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려와서 등받이처럼 쓰게 되는, 한국인들만의 고유한 생활습관 같은 것이 있잖하요. 한옥에서 현대의 서구식 주택으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필요한 가구는 좌식과 입식 양쪽 다 가능한 가구인 거죠." (-37-)
"바쁘게 살아가는 도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지나치며 스스로에게조차 무관심하게 살아갑니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같은 공간도 조금은 다르게, 더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작업은 지나치는 발걸음을 붙잡고 잠깐의 멈춤을 통해 환기하고 자각하는 순간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갖습니다. 그러한 계기로 다른 것들도 돌아보고 조금 더 나아가서 삶을 좀 더 밀도 있고 정성스럽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68-)
"귀여움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돼요.인간이 연약하고 무해해 보이는 어떤 것에게 귀엽다며 미소짓는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양보와 희생 ,종을 넘어서 이타적인 연민을 가능하게 하는 이 감정엔 어떤 신성함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111-)
내 주변에 손이 가고, 세월의 때가 묻은 오래된 사물들이 있었다.10년이 지나 ,20년이지나, 30년이 지나, 40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사물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 보면, 정이 가고, 따스함이 묻어난다. 사물에서 느끼는 고유의 정서는 나에게 치유와 위로, 평화를 느낄 수 있다.사물이 살아있다는 걸 느끽리 때문이다. 익숙함 너머에 숨어있는 정겨움과 친숙함은 그렇게 내 삶의 시간의 궤적 속에 묻어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물의 소유와 공유 너머에 재활용에 대한 의미,가성비와 최대한 쓰고 버린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차가운 느낌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플라스틱보다는 따스한 온기가 전달되는 나무가 내 마음과 일치하고 있었다.지난날, 나의 어린 시절 길억 속에 있었던 여러가지 사물들이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 나는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나의 취미와 나의 취향이 사물에 덕지덕지 묻어날 때가 있었다.사물의 겉포장을 벗기고, 사물의 내용과 의미와 가치만 취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건 그래서였다. 발길에 채이는 사물이 아닌, 연탄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태우는 그 따스한 온기와 따뜻함이 내 삶을 바꿔 놓으며, 나에게 이로운 선택이 될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에서 어떤 사물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만의 취향과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그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내 삶의 근원적인 발걸음이되고, 취향이 될 수 있다. 나만의 사물 디자인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사물에 사람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다. 남다른 사물 디자인, 공간에 배치하는 사물의 특징에 따라서, 공간과 장소의 분위기가 살아가고,그 분위기가 가치의 전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