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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구니 - 젓가락의 문화유전자 ㅣ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3월
평점 :
세상이 변했다고 합니다. 어느새 꼬부랑 할머니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네 뒤안길에서 장터로 가던 마찻길도 모두 바로 난 자동찻길로 바뀌었습니다. 잠자다 깨어 보니 철길이 생기고 한눈팔다 돌아보니 어느새 꼬부랑 고개 밑으로 굴이 뚫린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바위 고개 꼬부랑 언덕을 혼자 넘으며 눈물짓는 이야기를 지금도 들을 수 있습니다. 호모 나랑스, 이야기꾼의 특성을 타고난 인간의 천성 때문이라 그런가 봅니다. (-11-)
젓가락은 곧바로 손가락의 연장이 아닌가.일본어, 중국어의 젓가락 이름에는 이 손가락을 연상시키는 말이 없다. 유독 우리는 '저'에 '가락'이라는 말을 뭍여서, 젓가락이 손가락의 연장임을 눈으로 보듯이 보여준다.
이처럼 젓가락의 문화유전자는 한국적인 리듬이 내재된 가락 문화의 상징이요,신바람 나는 생명의 리듬, 신 가락이 담긴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77-)
음식 앞에서 참고, 불 앞에서 뜨거움을 견디는 인내심 없이는 꺾을 생각을 못한다. 인간의 화식, 불에 구워 먹는 것도 사실은 참을성에서 나왔다고 한다.짐승들은 잡으면 그 자리에서 먹는다. 송곳니로 찢고,잘라 삼킨다. 그게 생식이다. 그런데 그것을 불에 구워 먹는거다. 딱딱해서 먹을 수 없거나 날것으로 먹기 어려운 것은 식욕을 참으며 불로 굽는 방법을 생각한다.
짐승들에게는 이 식욕 앞에서 참는 법이 없다. 인간의 요리는 짐승이 먹이를 잡아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과 아주 대립되는 것이다. 극과 극이다. (-144-)
그런데 왜 하필 분디나무냐. 분디나무 젓가락은 겨울에 나온다. 겨울이면 무성하던 잎새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가지만 젓가락처럼 남는다. 그 나목에서 생명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애인을 위해 분디나무를 깎아서 젓가락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이야기하는 한국 문화의 밈이 다 들어있다.나무를 깎는다. 바로 이 대목이 커뮤니케이션인 게다. (-258-)
드디어 2015년 11월 11일 오전 11시, 청주에서 한중일 3국 공동으로 '젓가락의 날'이 선포되었다.
일 년 열 두 달 중 젓가락을 닮은 11월에 지구촌이 젓가락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열자는 것이다.11은 그 모양도 닮아있지만 젓가락에 담긴 짝의 문화,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상징한다. 젓가락의 날 선포는 이승훈 청주시자을 비롯해서 일본과 중국의 문화도시 시장들이 함께했다. (-295-)
2022년 2월 26일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 장관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남긴 유작 한국인 이야기 두번째 『너 누구니 』는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 정체성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삶에 대해서 긍정하고, 한중일, 세 문화에서 한국이 가진 고유의 특징과 문화 ,역사, 어까지 , 하나하나 재현하고 있었다. 지난 날,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여러가지 관점으로 한국인이 가진 우수한 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세 나라가 공통점을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지만, 한국은 쇠젓가락을 쓴다는 점에서, 중국,일본과 차별화한다. 즉,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깊이 생각할 때이다.한류 열품의 근원, K-팝,K-드라마에 대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 방탄소년단 BTS, 이어령 장관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젓가락 문화에서 답을 얻고 있다.
배려와 나눔,포용력, 포크와 숟가락이 결함된 독특한 모양으로 아이들을 밥을 먹는다. 그리고 죽음과 젓가락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손가락에서 파생된 젓가락과 숟가락은 한국인 특유의 밥문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젓가락질 습관을 바로 잡으려고 했으며, <젓가락 생진곡> 이 친숙하게 느껴졌던 이유, 한국인 특유의 흥과 장단에 리듬에서, 우리의 의식주 뿐만 아니라,경제 전반에 깃들여져 있으며, 일본과 중국이 가지지 못한 한국인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젓가락 문화를 연구하면서, 한국 사회의 음양의 조화,균형과 유연함, ,직선과 원, 선과 면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한국인 특유의 독창적인 한복의 여백미가 젓가락 문화에서 시작되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짝문화, 서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구 먹기가 가능한 이유는 한국인의 무의식 세계,언어, 문화, 역사에 젓가락 문화가 숨겨져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