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빛 아래
황수영 지음 / 별빛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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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것이 사람을 외롭게 한다. 그래야 없는 것이 더 실감 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것. 나에게 없으나 거기에는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 보이기는 하나 닿을 수 없는 것. 만질 수 없고 주머니에 넣을 수 없는 것. (-29-)

이 도시에는 죽음이 널려 있다.까만 개와 나는 죽음 사이를 거닌다. 너무 오래되어 죽음처럼 느껴지지 않는 죽음 사이를.이른 아침과 인기척이 사라진 깊은 밤에도.

무덤과 무덤 사이를 가로지르는 동안 죽음에 관한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을 많이 한다. 아무 생각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51-)

경주로 돌아와 빈집 문을 연다. 이사를 오고 나서 처음 몇 주간은 집에 오래 비웠다 돌아온 밤에 현관문을 열기가 무서웠다. 내 집이 아닌 것 같아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현관문을 고정해 두고 방과 베란다의 구석까지 살피고서야 문을 닫곤했다. 빈집에 들어가는 게 낯설고 무서운 밤들이었다. (-89-)

어떤 마음은 흘러가게 해야 한다. 고여 있는 마음의 둑을 터서 어디로든 흘러가게 .어디에든 닿게 해야 한다. 없는 마음이 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누군가는 알게 해야 한다. 아무리 볼품없는 마음이어도, 숨기고 싶은 마음이어도, 아무도 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어도. (-123-)

인간은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진다. 인간 너머에 인생이 있다. 우리는 산문 속에서 인생을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과 감정, 사유를 공유하고자 하였다.나의 인생이 타인의 시선에서 어떻게 비춰질지, 그 비춰지는 시선에 따라서, 내 삶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빛 다양한 색체를 간직할 수 있다. 그 일곱 무지개 색은 하나의 빛이 되고, 명암을 만들어 나간다. 작가 황수영의 산문집 『여름 빛 아래』에서는 여름의 싱그러움과 달리 우울하고, 음침하고,외로운 색채를 함유하고 있었다. 내 삶에 대한 깊은 고찰,그리고 성찰이 담겨지고 있었으며, 삶에 대한 여러가지 방향을 안고 가야 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불편한 시선, 작가는 쓸쓸함 너머의 죽음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서로 통한다는 걸 느낄 때,인간은 자연스럽게 위로와 치유의 문을 두드리게 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스스로 샘솟게 하였다. 책 한 권 속에 담겨져 있는 여러가지 시선들, 그 시선들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이질적인 것과 낯선 것, 불편함을 동시에 체득하고 있다. 작가는 짧은 문장 문장하나에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절제하고, 내면을 미루었고, 내면의 삶에 대한 원칙을 만들어 나간다. 처음 느꼈던 그 두려움, 무서움이 서서히 환경에 대해서 적응하게 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한 구심점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이유, 두려움과 무서움을 안고 있었던 작가는 서서히 삶에 대해 적응하게 되었고, 희망과 기대를 안고 가는 색다른 인생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빛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 너머에 도시가 간직하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 치는 인간이 도드라지고 있었으며, 내 삶의 양면성을 작가의 삶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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