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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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글도 못 읽는 사람이 글을 아는 양 조서를 읽어보고, 아니 쳐다보고 이름 석 자까지 적다니.
이용식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고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공장과 공사판을 돌아다니며 한 푼 두 푼 모아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고 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가족들이 자신에게 미안해할까 봐, 조카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할까 봐 글을 모른다는 말을 차마 꺼내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20-)


박해성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낚싯대 세트를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작성했다. 3명의 피해자가 돈을 보냈지만, 박해성은 낚싯대 세트는 커녕 벽돌도 보내지 않았다. 애초에 낚싯대 세트는 없었다. 피해자들은 뻔한 거짓말에 왜 속았을까 하는 자책감과 내가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다니 하는 자괴감에 가위에 눌린 듯 가슴이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박해성은 앳된 얼굴이었다. 그의 나이 21살,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114-)


편취금액 합계 60만원, 피해자 3명 중 2명에게는 피해금 변제, 형사처벌을 받은 적 없는 초범, 21살의 사회초년생, 기소유예 처분을 고민해 봤지만, 1며의 피해자가 여전히 피해금을 변제받지 못한 이상 그것은 부적절했다. 그러나 고작 10만 원이 부족해 전과가 생기고, 나중에 공무원 시험이나 취직에 문제가 생긴다면 과연 그것이 옳은 건지고 확신이 없었다. 검찰처을 나서는 박해성을 따라갔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10 만 원을 건네주었다. (-116-)


이성철을 놓치면 다시는 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수사관들은 개인 휴대전화에 이성철의 사진을 저장해 두고 틈만 나면 그의 얼굴을 눈에 익혔다. 이성철에게 의심을 살까 봐 시동도 켜지 못한 채 온몸으로 초겨울 추위를 받아냈다. 화장실도 편히 가지 못하고 차 안에 쪼그려 앉아 크림빵 몇 덩이로 끼니를 때웠다. 장장 12시간이 흘렀다. (-215-)


하지만 검사가 피해자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가 형벌궈의 실현을 위해 공소제기 및 유지를 할 의무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의무를 부담한다. 예를 들어 검사가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했다면 검사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법원에 제출할 객관의무가 있다. (-271-)


검사와 경찰에 대해 대한민국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은 검사에 대해, 공안검사에 대한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2000여명에 달하는 검사, 자신의 시간을 쪼개면서, 수사를 하고, 국가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검사는 대한민국 내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과 기소 권한을 가지고 있다.그리고 그들은 수사를 하면서 제일 많이 욕을 먹는 직업을 지니고 있다. 소위 언론에서 검사의 부실수사, 불공정수사, 과잉수사. 표적 수사를 검사와 연결짓는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들과 비슷한 직업이 바로 의사이며, 의료행위에 대해서 부실치료, 불공정치료,과잉치료, 표적 치료에서 자유롭지 못한 직업이다. 


검사는 때로는 관대하게,때로는 의심하고, 때로는 사건의 정황이 묻혀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사연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다면, 어떤 사건에 대한 처벌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상해 사건이나, 살인 사건에 대해 다룰 때는 좀 더 깊숙하게, 좀 더 신중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체크하며, 사건이 단순히 우발적이냐, 고의적이냐,계획적이냐에 따라서 ,처벌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해하였을 때,그 동기가 단순히 우발적으로 끝날 때, 계획적으로 죽이려는 의도가 분명할 때, 그 차이를 명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검사의 역할이며, 기소의 정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마지막 언덕이 수사 일선에 있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단 검사는 어떤 죄에 대해서,그 죄가 무지에 의한 죄인 경우, 그 처벌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 때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울 시기를 놓쳐서 무면허 운전을 하거나,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에 의한 범죄에 대해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공공의 역할을 잊지 않는 건 그래서다. 때로는 죄인을 풀어줘서, 죽음에 이르게 할 때는, 후회와 죄책감, 자괴감에 시달릴 수 있다. 검사는 항상 후회와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직업이며, 죽음의 사선에 서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 누군가의 연쇄적인 죽음에 대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설왕설레가 나타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어떤 사건에 대해서 검사는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인지,배고픔 속에서 , 추위를 견디면서, 인내하는 그들의 희노애락과 아픔,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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