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의 계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4
김선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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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우 패거리는 점점 세력을 확장했고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폭주 트럭이었다. 아이들에게 돈을 뜯었고 자기를 노려본다고 주먹을 날렸다. 기분 나쁜 날에는 이유 없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가래침을 뱉었다. (-19-)


신비 옆에 앉아 있으니 신비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비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어서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할 거라는 황당한 믿음이 생겨 버렸다.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아빠한테조차 느껴보지 못했는데. (-60-)


이번에는 좀 더 심한 사진들이었다. 진상녀가 방바닥에 큰대자로 엎어져 있었다. 상의는 반쯤 위로 말아 올려져 있었고 하의도 아래로 반쯤 내려가 엉덩이 골이 보였다. 긴 머리카락은 대걸레처럼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말 한쪽을 진상녀 엉덩이에 올려 놓은 채 병나발을 부는 아이도 있었고, 과자를 진상녀 위에 뿌리는 아이도 있었다. (-111-)


태승이는 각국에서 온 드래그 퀸 사진을 보여 주었다.다들 헉소리가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태승이는 황금 여신 콘셉트로 꾸몄다. 머리에는 노란색 가발을 썼고 , 속눈썹은 물론 색조 화장을 한 눈과 입술도 온통 황금색이었다. 끈이 달린 황금색 원피스에 황금색 하이힐을 신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스테이지를 걷는 동영상 속에 태승이에게 황금 가루가 흩날리는 것 같았다. 태승이는 다른 나라에서 온 드래그 퀸 사이에서도 유독 돋보였다. (-158-)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느 존재이다. 사랑에 대한 결핍이 사라지는 그 순간, 어떠한 목적과 의도에 따라서 움직이며, 내 안의 부족한 것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비어 있는 사랑을 채움으로서,나의 삶이 완성될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소설 <춘란의 계절> 은 사랑의 결핍을 채우려 하는 박춘란의 모습과 착각이 어떤 부정적인 삶으로 이어지는지 찾아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위 우리는 이 책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만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것,나에게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춘란이라는 아이, 어머니의 부재,사랑의 결핍을 신비에게서 채우려 하고 있었다.보호받고 있는 기분,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이 자신의 금기시된 행동까지 , 신비에게 통제당하고 있다.그러한 현실을 직감한 춘란의 친구 도희는 직설적으로 현재의 사황을 춘란에게 보여주었지만, 춘란은 무덤덤하게 상황을 바라보면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바면 강게이로 불리었던 태승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 실현, 자아실현을 꾀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적나라한 성적 묘사 분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외설에 대해서 무감각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춘란은 피해자임에도 , 자신이 신비에게 몸을 허락하고,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인 보호나 배상을 받기 힘들 것 같다.소위 신비가 한 행동에 대해서, 춘란 또한 암묵적으로 협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 몸을 지킬 용기, 자신을 지킬 용기보다 사랑받고 싶은 본성이 더 컸다는 것, 그것이 춘란의 행동 하나하나에 묘사되고 있었으며, 우리 사회가 춘란과 같은 아이를 어떻게 마주하고, 그러한 춘란의 부모가 법적인 효력을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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