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네시스, 돌아보다 -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이기락 지음 / 오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량해지는 들녘과 나목, 갈색으로 바뀌는 산천, 11월의 숙연함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바로 인간 존재의 심연을 맞닥뜨리게 하기 때문이지요.
하이데거는 이 세상에 피투(被投) 된 존재 인간에게 죽음은 마지막 가능성의 실현이라고 말합니다.힌두교에서는 죽음을 '옷을 갈아입는 것'으로 이해하고, 그리스도교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으로 고백해 왔습니다. (-22-)


보듬고,위로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곪은 상첲르 치유하려면 단호한 결단과 수술의 아픔과 고통이 필요합니다.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인내와 중용의 삶은 물론 정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생명을 지키는 일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63-)


"카파야는 백성을 위하여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고 유다인들에게 충고한 자다." (요한 18,14) (-115-)


'다문화가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사회적으로 대두된 근원적인 문제들을 공론화해 풀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5월 성모성월을 지내는 어머니인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배려 또한 절실합니다. (-148-)


과연 누가 '보통사람'일까요? 김남보 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은 이렇게 귀띔해줍니다."성당 문 들어설 때 마음의 매무새 가다듬는 사람, 동트는 하늘 보며 잠잠히 인사하는 사람, 축구장 매표소 앞에서 온화하게 여러 시간 줄서는 사람, 단순한 호의에 감격하고, 스쳐가는 희망에 가슴 설레며 행운은 의례히 자기 몫이 아닌 줄 여기는 사람, 울적한 신문기사엔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며 안경의 어릉을 닦는 사람, 한밤에 밤 깨면 심해 같은 어둠을 지켜보며 불우한 이웃들을 골똘히 근심하는 사람."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보통사람'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말 반드시 '보통사람'을 제대로 가려내야 하겠습니다! (-171-)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슬기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약하고 여러분은 강합니다. 여러분은 명예를 누리고 우리는 멸시를 받습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우리는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 맞고 집 없이 떠돌아다니고 우리 손으로 애써 일합니다. 사람들이 욕을 하면 축복해주고, 박해를 하면 견디어 내고 중상을 하면 좋은 말로 응답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처럼 ,만민의 찌꺼기처럼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1코린 4,10~13) (-247-)


이 책에서 아남네시스는 '기억'을 의미한다. 인간이 삶은 기억이 층층히 모여서, 어떤 선택과 결정,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삶의 희망과 가능성의 씨앗이 될 여지를 남겨놓는다. 인식과 정의 자각,이 세가지가 명확할 때, 자신을 오롯히 내세울 수 있고, 내 삶을 바로잡을 수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내가 만들어 나가면서, 삶의 기준을 내가 완성해 나간다.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삶에 대한 정의와 인식,자각이 나의 가치관이 되며, 삶을 완성해 나간다. 


보통사람,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라.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딱 이 두가지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말했던 보통사람에 대한 정의는 왜곡되었고, 모순과 위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보통사람이 되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오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감탄과 감동이다. 단 이 두가지가 나를 나로 채워지고, 보통사람으로 세우고, 어리석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완비된다. 즉 스스로 어리석어도 괜찮고, 보통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때, 나는 대나무처럼 흔들리더라도, 삶의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에, 미끌어지지 않는다. 내 삶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나의 삶을 완성하고,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내 삶의 원칙을 내가 완성한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타인에게 내 것을 양보하고, 용서하는 삶, 못나고 어리석은 삶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지혜로움으로 채워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