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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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계는 ,자연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는 유연함과 공유의 세계이다. 삶의 가치와 처지를 함께 나눈다. 다른 사람에게 모자람이 생기면 내가 소유한 것엣허 덜어주고 , 내 손을 보탠다. 험담과 뒷말이 적고, 고통과 기쁨의 시간을 함께하고, 선의로 보살핀다. 여지도 많다. 이익의 독점을 바라지 않으며, 갈망을 접을 줄도 안다. (-26-)


시집을 읽는 일은 과일나무에서 햇과일을 따서 먹는 일과 같은 희열이 있다. 한 편 한 편의 시에 실린 그이의 고유하고 특별한 마음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산뜻한 생각을 읽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편으로 온 시집을 펼쳐들고 마치 초여름의 신록을 보듯이 틈틈히 시편들을 읽는다. (-83-)


백무산 시인이 펴낸 시집에 '풍경의 과잉'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 시인은 위가 갖고 있는 키의 시선이 사라지는 것,그리하여 저 너머가 사라지는 것을 염려했다. 키의 시선을 잃고, 저 너머를 상상할 수 없는 이 시대를 시인은 풍경의 과잉이라고 말한 듯 했다. 그리하여 시인은 "그림자가 스며들지 않는 풍경들, 흙냄새를 품지 않는 풍경등, 나무의 그늘과 풀을 밟지 않는 풍경들,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없는 풍경들을 우려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계절의 바깥 풍경을 가끔은 눈의 높이 그대로 바라볼 일이요,거기에 유용함이 있음을 느껴도 볼 일이다. 가을빛이 쌓여간다. (-156-)


진각국사의 시에 또 이런 가르침이 있다.

항상 마음은 뚜렷하게 하고 입은 침묵하라. 어리숙한 사람과 도반을 하면 반드시 깨칠 것이다. 송곳처럼 뾰족한 생각을 감추게 하는 스승이 사람을 다루는 진정한 명소 아니겠는가.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끝까지 참지 못했다. (-230-)


살아가면서, 누구에게 듣고 싶은 문장 하나가 나를 돌아보게 되며, 삶의 간접적인 경험은 나의 경험 속에서 내 삶의 깊이를 다시 되새감하는 힘이 되고, 삶의 희노애락 속에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 주는 치유와 위로를 느낄 때가 있다. 즉 나의 경험 속의 한계에 대해서, 어떤 이가 써내려간, 고심 끝에 남긴 첫문장은, 나의 깊은 성찰의 근원이 되며, 삶에 대한 나침반을 다시 써내려가곤 하였다. 


이 책에서는 첫문장으로 자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연과 벗하는 사람에게는 도시미들이 느끼지 못하는 궁극적인 유연함이 있고, 공유가 있었다. 5일 시골장에서, 마지막 남은 과일이나, 장날 마수를 못한 채소를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그들의 문화, 유연함과 공유는 자연 속에도 있지만,그 자연의 깨침이 시골의 오일장 속에서도, 느껴질 때가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건,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삶에 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대한 처연함이 내 삶의 근본이며, 나의 삶에 한 이해를 도모할 때가 있었다.즉 자연을 품고 있는 시 한 편 속에 내가 느껴보지 않은 시인의 깊은 관찰,그 관찰 속에서 품고 있었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며, 치유이자, 위로가 되곤 한다. 시인의 시상이 나의 삶 속에 내재될 준비가 있다면, 내 삶은 얼마든지 나를 위한 삶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 책에서 , 풍경과잉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깊은 깨침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고, SNS 로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우리는 자연속의 풍경 속에서 그림자를 걷어내고 있었다. 즉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풍경과잉 뿐만 아니라, 긍정과잉, 부정과잉, 이미지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눈높이를 강조하는 건, 그것에 대한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대목이 이 책의 깊은 정수로 느껴지는 건, 나의 삶에서 , 내가 추구해왔던 아름다움이나, 행복이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되돌아 보게 하여서다. 아름다움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고, 여백의 미를 채워나가면서, 풍경 속에 타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꺼낼 수 있는 감각과 사유가 필요하며, 그림자를 불편해 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우리 삶에 생명과 존중,배려가 깃들게 된다는 걸 깨우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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