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 한국인 어머니의 마음, 희생, 사랑, 기도, 응원 이야기
김형석.홍기삼 외 지음 / 여백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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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나에게는 죽는 고생을 참아 넘기는 일밖에는 남은 것이 없다"라고 한다. 나의 갈 길은 이미 다 갔으니까 너희의 길을 잘 준비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18-)


"같이 살아온 세월이 60년이야,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태극기 덮인 남편의 관에 손을 얹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양 울먹이며 전하던 그녀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여자의 일생' 이라는 문구 바닥에 깔린 생활의 부침과 행-불행의 쌍곡선은 그녀에게도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유복하던 생활 속 끝자락에 달려온 인생 굽이굽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으련만, 엄마 윤현기 씨에게는 유독 그 굴곡이 도드라졌다. (-45-)


한 어머니는 '안방 엄마'였으며, 또 한 분은 친어머니인 '에미'였다. 아버지는 '안방엄마' 와 혼인을 하셨지만, 두 분 사이에 아이가 없자 '에미'가 정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일종의 후처로 들어오신 것이다. 자연히 본처인 '안방엄마'는 안방에 거하셨기에 '안방엄마'로 , '에미'는 '안방엄마'가 내 친어머니를 부를 때 '에미' 라고 했기에, 지금도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두 어머니를 구별해 이렇게 부르고 있다. (-129-)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금언이 새삼 떠올랐다. 어머니는 나와 아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처음 한 두 달은 진도가 더뎠지만 이후부터는 하루에 몇 장씩 쓰시더니 80세의 나이에도불구하고 1년 6개월 만에 구약 39권 신약 27권 합계 66권 1734페이지를 마라톤 경주하듯 끈기 있게 완필하셨다. (-185-)


나는 뒤늦게야 어머니는 어디론가 떠나신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는 한 어머니는 항상 내 곁에 계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궁극의 실재이다. 나이가 깊어지면서 더욱 깊어지는 나의 실재이다. (-248-)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빈대떡을 부쳐줏셨고 라면을 끓여주시기도 했다.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 삼양라면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에 먹은 삼양라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가족은 늘 보리밥을 해 먹었지만, 보리밥 위에 쌀밥을 얹어 아버지께 드리는 것이 예의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하교 들어갈 무렵 5km 도 넘는 시골 등굣길에 나를 자주 바래다주셨고 자주 학교에 찾아오셨다. 늘 활동적이고 생활력이 강하셨다. (-276-)


우리는 부모의 삶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나 또한 주어진 삶이 타인에게 그대로 이해될 거라는 생각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온전한 이해와 공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내 삶이 누군가에게 이해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삶과 죽음 그 사이에 내 삶을 얹어 놓을 뿐이다. 

즉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내 삶의 근원이 되는 부모님의 삶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난과 고달픔, 고통 속에서 살아온 지난날, 말하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서글픔이 어머니의 삶 속에 깊이 파여져 있었다. 춘궁기가 있었고, 보리고개가 있었던 그 시절 , 두 어머니를 보시고 살아야 했던 자녀들의 삶이 있다.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그 시절에 존재하는 우리의 삶, 때로는 본처에게서 아이를 낳지 못하고, 바람을 피워서 후처를 들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 자녀는 그 삶을 인내하고 견뎌야 했다. 소싯적 그때의 삶이 우리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던 이유, 글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배움에 대한 갈망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성경책을 필사한다고 하였을 때, 자녀들 그 누구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을 익힌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였다. 처음 느리게 느리게 필사하였던 그 시간을 견디며, 서서히 속도를 붙이며서, 성경 필사를 1년 6개월만에 도달하였음을 ,자녀의 입장으로 본다며, 내 아이의 자녀(=손주) 교육에 대해서, 할머니가 남겨놓은 성경필사가 그 어떤 교육보다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다양한 희노애락과 깊이가 느껴지며,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도모할 수 있다. 삶이 깊이 패이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아 있는 것, 그 하나하나가 나의 삶에 여러가지 추억이자 유산으로 남을 것 같았다. 애정과 사랑, 헌신과 희생, 그리고 평생 근심과 걱정으로 살아온 지난날, 우리에게 필요한 어머니의 사랑은 어디까지인지 글 속에서 어머니의 인생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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