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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나는 처음에 바이러스가 그리 싫지 않았다.오히려 귀찮은 생일 파티를 생략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엄마는 혹시 팝콘 용기에 바이러스가 묻어오기라도 할까 봐 불안해하며 파티를 취소했다. (-13-)
"우리는 무의미한 것을 좇아 너무 많이 달렸어요. 하지만 익레 마침내 뭐가 중요한지를 생각할 때가 되었죠.'가치'말입니다. 제 말 아시겠어요? 연대, 절제 ,진정성 같은 가치 말예요.결혼 생활 내내 나는 아내에게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며칠 전부터 여러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가능한 한 다정하게 행동하고,의식적으로 친절하게 대했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87-)
다른 집들은 불이 다 꺼져 있었다. 바이러스가 우리 아파트 위에서 숨 쉬고 있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모래 가면을 쓱로 닫힌 창문들 쪽으로 숨을 내쉬는 바이러스가 보였다. 나는 씻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숨겼다.(-151-)
"그 아저씨 진짜 이름은 토리노이고 슈퍼마켓을 다 털었어요.우리는 공범인 볼로냐도 만났다고요. 토리노는 머리가 좋아요. 수간호사가 병원에 있을 때 볼로냐를 집으로 불러서 체조를 해요. 둘이 어마어마한 도둑질을 준비하고 있지만 더 이상 말할 수는 없어요." (-221-)
이탈리아 소설 <이태리아파트먼트>는 지금 우리의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 아홉살 마티아의 시선으로 , 스토리를 꾸며 가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면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나타나게 된다.그러나 그 불편함을 즐기는 이가 있다.소설의 주인공 마티아 다. 마티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자신의 생일파티를 취소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즉 코로나 19 팬데믹은 핑계를 댈 수 있는 여러라지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되고, 약속을 취소해도 되고, 일찍 자리를 떠도 된다. 즉 밤샘 여행이나 놀이를 즐기지 않아도 되는데,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마티아에겐 정말 긍정적인 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다.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은 예민한 성격을 가진 이들에게 긍정으로 나타나곤 한다. 아홉살 마티아는 2080년 일흔이 넘은 나이에 팬데믹에 대한 아픈 기억을 재현하면서, 과거를 반추하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1918년 ~1919년에 일어났던 스페인독감이 생각났다. 그 전염병은 유럽 사회를 초토화 시켰으며,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었고, 2년만에 종식되고 말았다.그 사건을 마티아처럼, 60년이 지난 1979년에 바라본다면, 그걸 결험했던 이들이 생각하는 스페인독감은 잔인하고 , 두려우며, 공포이자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소설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을 2070년 먼 미래에 반추한다면,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고, 우리 앞에 무의미한 것들 하나하나 주섬주섬담게 된다. 때로는 사회의 한 단면으로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듯 싶다. 주인공 마티아가 생각하는 하나의 기억과, 엄마와 로사나 누나 앞에 놓여진 문제들,그리고 마티아 가족에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마티나 아빠에 대해서 고찰해 본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며, 미래를 준비하고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는 그 흐름을 상상해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