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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평점 :






1895년 4월 18일 , 53톤의 쌍크루선 정중환은 오사카를 출범하였다. 열흘이 걸려서 쓰시마에 도착한 배는 경남 욕지도와 전남 고금도를 거쳐서 5월 11일 인천에 입항한다. 바다가 잠잠해진 날을 기다리느라 나흘을 묶여 있다가 용산에 도착한 것은 오사카를 떠난 지 한 달이 지난 5월 16일이었다. 청일전쟁 무렵의 한일 간의 해상교통은 그만큼 많은 날짜와 막대한 여비가 소요되었던 것이다. (-16-)
일인 사쿠오는 '조선병합사'에서 일본의 감독이 없는 이태왕치하의 조선인 내각 아래에서는 송宋 자신의 목숨도 위태롭다는 것도 그를 철저히 친일파로 만든 까닭"이라고 기록하고 있다.물론 송병준의 친일 동기가 반드시 생명의 위협 탓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부산상관 피습 이래로 여러 차례의 피습 사건을 통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것만은 분명하다. (-32-)
그런데 범인 오카모토는 "조선정부가 명성황후 살해행위를 감사하는데, 러시아를 염려해서 사건을 확대시키면 오히려 손해"라고 논했다.역시 범인이었던 히라야마는 "명성황후 살해로 러시아의 남하를 막은 것이야말로 러일전쟁의 승리의 원인의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회상한다. (-43-)
1906년 3월, 기업 자금 명목으로 그 차관을 덮씌우면서 통감부는 먼저 구문으로 1백만 원을 떼어먹었다. 그 나머지 9백만 원도 대부분은 통감부 청사 수리비와 수도시설비, 측량비, 통감부 관리들의 고액 인건비 등으로 소비되었다. 한국 정부는 관세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차입증서만 썼을 뿐 돈이라고는 거의 구경조차 못하고 만 것이었다. (-77-)
북큐슈 구루메 출신 선승인 다케다는 일찍이 조선 침략의 야망을 품고 1892년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와서 이주외와 더불어 어업에 종사하였다. 이 자는 동학항쟁 때 군사 개입의 구실을 얻어 내기 위해 전봉준과 합류를 시도했고.,전군부협관 이주회 등을 주구화해서 명성황후 시해에도 가담하였다. (-126-)
일본이 러시아를 이기는 길은, 군사력이 아니라 러시아가 내부적으로 흔들리도록 모략 공작을 전개하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아카시는 특유의 비책으로 러시아 사회당에 접근하였다.이떄 그가 본국 참모본부에 청구한 공작금은 무려 1백 만엔 , 엄청난 돈이었다.
"뭐 ! 1백만 엔을 보낼하고? 추운 나라에 가 있더니 아카시란 놈이 마침내 머리가 돌아버렸군!"
참모본부는 놀라다 못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러일 전쟁 때 참모 본부 차장이던 나카오카가 공작금 지급을 주장하였다.
"1백만 엔은 확실히 거액이다. 하지만 일본이 패망한 후에 1천만 엔을 쏟아넣는다 해도 소용이 없다. 이길 수마 있다면 1백 만 엔이라도 오히려 싸지 않은가?" (-142-)
역사에 만일이란 없다. 역사는 사건과 사건이 연결되느 과정에서 퍼즐이 맞춰진다. 유투브에 소개되는 다양한 역사 이야기, 역사사관을 보면, 역사의 전환점을 바꾸는 건 딱 한사람의 생각과 선택과 결과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겐 아픈 역사지만, 일본의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 일한 합병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에겐 침략의 개념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하지만, 그들은 조선을 합병하게 되면, 매우 중요한 지리적 잇점을 가지게 된다. 그 중요한 잇점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철저한 계획과 실행 속에 만들어진다. 역사 교과서 뒤에 숨어있는 비화들, 밤의 역사를 본다면,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여우사냥이라 부르던 명성왕후 살해는 일본에겐 러시아의 남하를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힘이 약한 조선이 러시아의 강한 힘을 활용하려 했던 것은 조선에게는 패착이 된다.약소국이 처한 필연적인 상황이 친일이다.친일파의 협조 덕분에 일본은 조선을 손쉽게 삼킬 수 있었다.
지금이야 친일에 대해서 도덕적인 문제를 언급하게 된다. 하지만 100년전 바람 앞에 촛불처럼 존재하였던 조선은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여성은 몸을 팔고, 일본에 의해 기생이 조선에 물밀듯 들어오며, 북으로 북으로 넘어가려 했던 일본의 제국주의 야망은 한사람에 의해서 시작하게 된다. 러시아를 삼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그 미친 짓(?)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딱 한명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큰 변곡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미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미친 짓이지만 합리적인 설득이 가능하다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조선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이 당연한 외교 정책,안정적인 외교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는 그 1퍼센트의 가능성에 불과한 어떤 사건이 가능으로 바뀔 때 만들어진다. 이 책에서 조선의 입장, 러시아의 입장, 일본의 입장 ,그 너머에 친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인의 선택과 일본의 야망,그리고 몸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상황까지 맥락에 따라서 이해한다면, 역사의 근본을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역사적 관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