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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 결전의 날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평점 :
아카시아 양이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시선에 놀라움과 경이가 섞였다. 그들의 기억 속 화려했던 무용수는 변함없이 찬란했다. 피아노의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아카시아 양은 여전히 거비줄 위에 늘어진 채,잔잔하게 넘실거리는 음에 맞추어 기다란 소매 속에 감추어진 팔을 휘었다. (-20-)
시아는 하츠의 눈을 처다보았다.경계심이 읽혔다. 그는 이전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시아는 뭐라고 말해야 그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하츠는 시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113-)
"까마귀가 지키는 그 약초를 먹으려면, 까마귀와 거래를 해야 해.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대가로 주는 거지. 그러면 까마귀는 약초의 아주 일부를 뜯을 수 있게 해줘." (-189-)
시아는 무심코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는 하츠였다. 그때 구원처럼 백작의 평온한 목소리가 태연하게 들려왔다.그러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연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277-)
"그여자는 브리초를 먹으려고 자기 딸들을 괴물로 만들면서까지 악마에게 넘기고, 너까지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야."
갈 데 없는 어린 하츠를 주워 길렀다던 노파가 ,브리초를 먹지 않은 여왕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343-)
"영원히 헤어져야 할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 법이야."
시아는 그가 적어도 이 대답을 할 때만큼은 다른 모습으로 있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에 가장 깊숙하게 스며들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399-)
소설가 김미정의 <기괴한 레스토랑>시리즈는 세편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다. 어릴 적 귀신이나 유령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미국의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에 눈길이 가게 된다. 그가 보여준 문학적인 스토리 전개, 그로텟흐크한 좀비와 뱀파이어는 여전히 독자들의 시선에 꽃히게 되고, 그의 신간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설 <기괴한 레스토랑>에는 좀비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레스토랑이 있다.스티븐 킹의 소설과 차이가 있다면, 이 소설은 그로테스크하지 않다. 기괴한 레스토랑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던 시아는 안간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아카시아 양은 손과 발이 거미손과 거미발이 되었으며,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없게 된다. 여왕이 파놓은 함정, 그녀가 머리위에 있은 거대한 힘의 근원인 왕관은 절대자의 힘을 유지하게 해주며,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힘과 함께 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그 하나하나 느낄 수 있고, 작품 속 주인공이 느끼는 이야기, 기괴한 레스토랑에서 펼쳐지는 아카시아양과 하츠,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스토리 전개 뿐만 아니라 쥬드, 리디아, 야콥, 하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느끼게 된다. 요괴에서 느껴지는 기괴함과 기대치, 독자의 재미와 연결되고 있으며, 상상력에 의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원칙 뿐만 아니라,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인연과 우연에 대해서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세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기괴한 레스토랑> 은 주인공이 찾고자 하는 약초 브리츠가 있으며, 추후 한 권의 합본으로 완성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한국형 판타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