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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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갈길이 날뛰었던 지난날을 후회하게 되었다. 친구는 떠났지만 내가 나의 블랙박스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분노가 지나간 길을 나의 블랙박스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헨젤과 그레텔을 놓친 마녀처럼 그 허망한 길을 되짚었다. 화가 난 사람보다 추한 것은 화가 풀린 사람이로구나, 생각했다. (-31-)


사랑이란....대체 무엇을까...
날호 말하자면 이 지리멸렬한 물음의 해답을 찾느라 20대를 연애로 허비한 사람이었다. 어릴 땐 연애 공백을 두지 않는 내가 정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으나 사랑과 연애를 혼동했던 기간은 결국 상처로만 남겓 ㅚ었다. 내 연애는 대부분 너무 급해서 만남도 헤어짐도 허급지겁 때워버린 식사처럼 허망하고 불만족스러웠다. 급체 같은 이별을 겪고 나면 폭식 같은 더부룩함이나 야식 같은 부작절감이 따라왔다. (-63-)


이제는 뜬금없이 지새우는 밤들이 새롭지도 않다. 자의식은 가난한데 의식만이 과잉된 나라서, 새벽녘 떠오르는 해도 상서로운 징조가 되지 못한다. 불완전, 불균형,불건전, '不' 자에 종속된 단어들로 우울을 조립하는 내가 웃긴다. 수많은 불을 피워도 나는 절대로 불꽃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149-)


시간표에 항복한 후, 내 칩거 생활은 한심하기 짝이없는 흐름을 원상 복구했다. 나는 침대 속에 파묻혀 솜이불이 날 핥는다고 느낄 때만 행복하다. 잠자느라 아침밥은 생략, 점심과 저녁이 자정 이후로 밀리는 일도 허다. 한 시간 후에 내가 뭐 하고 있을지는 59분이 지나봐야 안다. 그런데 이런 삶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월스트리트의 탑 티어 자산관리사가 나를 본다면 어디에 저런 것이 있었나 진저리 치겠지만, 꼭꼭 숨어 있는 한 나도 내 통장도 그와 마주칠 일 없으니 괜찮다. (-174-)


서른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내가 겁이 많아 오히려 무리수를 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게는 불안할 때마다 인생을 다 아는 척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떤 나쁜 일이 닥쳐올지 전부 안다고 소리쳐두면, 스포일러에 김이 샌 불행이 나를 포기하리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아는 바가 없었다. 나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그저 신명 나게 덜그럭거릴 뿐이었다. 이런 방법은 파이팅이 넘쳐 보여도 나약하고 조악한 처세라 오히려 불행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따지고 보면 나의 얼룩진 1년이 그 증명일지도 몰랐다. (-224-)


인생은 살아가는 것인가, 인생은 견디는 것인가,이 두가지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의 삶에 대한 발자취 하나하나 남길 때면,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고,내 삶은 이유없는 늪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당황스러운 나, 어리석은 나의 모습과 함께 하고,나는 스스로 새로운 인생의 깊이에서 착각과 허망함을 느끼며 침전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되돌아 보게 하며,나의 다채로운 경험 속에서 또다른 부족한 면을 찾아들게 하고 있었다.


저자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숙하고, 남들보다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1992년생, 스스로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아온 지난날을 반추하며, 자신의 삶의 발자욱이 인생의 눈발자국처럼 채워지는 걸 이해하였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예고되지 않은 어떤 일이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 때가 있다. 행복과 기쁨이 한순간 절망과 불행으로 이어질 때, 그 늪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힘조차 사라지게 되는 순간이다. 인생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바로 이 책은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고, 독자와 작가를 서로 불행과 행복을 서로 연결짓고 있다.누군가에게 불행이 닥친다는 건, 대다수 그 원인을 환경이나 조건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온전히 저자 자신으로 향하고 있으며,그걸 우리는 내 인생의 성찰이라 부르고 있었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내 삶에 행복이 깃드는 것, 성찰을 통해 치유와 위로를 느끼게 된다. 즉 나의 삶이,나의 행복이 되고,나의 행복은 나의 인생이 되고 있었다.그 기준 하나하나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나의 문제르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또다른 힌트와 지혜를 선물해주고 있었다. 성숙이라는 독이 ,내 앞에 불행이 찾아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나의 인생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순간, 나는 나의 삶의 주인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손님으로 바뀌는 걸 느끼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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