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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여줘 ㅣ 모해 창작동화 2
윤우주 외 지음, 송효정 그림 / 모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다음날 나는 노란 국화가 그려진 꽃바지를 입고 학교에 갔다.
"여자애들처럼 창피하지도 않냐?"
친구들이 놀렸지만, 바지가 찢어지던 날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오늘은 수영체험이 있는 날이다. 수영복은 하얀색 꽃무늬 바지로 준비했다. 하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몸이 뜨지 않을까봐 무서웠다. (-12-)
"경제 너두 꽃바지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걸."
꽃바지를 흔들며 자리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20-)
"너 혹시 목각인형 못 봤냐?"
할아버지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입술이 씰룩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설마 할아버지가 목각인형의 개수를 세어본 걸까?
"왜요?"
"일흔한 개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가 없어."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28-)
아직도 아이들 눈빛은 너르 보지 않고 있어.설마 눈빛이 너에게 닿는다고 해도 그대로 통과시키겠지. 그런데 온전히 너를 봤다는 선생님 눈빛이 너를 잡았어. 선생님의 눈에 갇히고 말았어. 너도 선생님의 눈빛을 통과시키고 싶지 않은 거야. (-46-)
1990년대 중반, 새벽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에 내려서, 청계천 헌책방에 가면, 전래동화집이 있었다. 수많은 헌책들 사이에서 공부를 가르치겠다는 부모님의 의도는 지금의 나를 삶과 가치관과 인생의 등대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처럼 형형색색 세련된 동화집은 아니지만, 그 시절 , 읽고 또 읽었던 동화집은 나의 삶의 발자취 그 자체이다. 내 삶에 나의 존재를 느끼고, 내 삶에 가치관의 근원은 어릴 적 즐겨익었던 헌책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동화책이었다.동화는 크게 전래동화가 있었으며, 현대적인 의미, 우리의 삶과 깊숙이 엮여 있는 동화도 있다. 여섯 동화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너를 보여줘>는 10대 청소년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 고민과 걱정을 이해할 수 있는 교훈적인 창작동화이다.이 책을 읽으면, 청소년 아이들에게 필요한 위로와 치유를 선물하고 있으며, 당당하고, 부끄러운 순간을 넘어갈 수 있는 비법을 하나의 창작동화에 녹여내고 잇었다. 이유없이 어떤 고집스런 행동을 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에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이들의 예민한 감성과 고민들이 행동, 상처가 행동에 묻어내 있으며,이유없는 행동은 없다는 걸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여섯 편의 창작동화 중 첫번째 동화 스토리, 당당바지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주인공 우람이는 어느날 창피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 창피함이란 나의 엉덩이를 반 아이들에게 노출시킨 것이었고,노란 국화무늬 꽃바지를 입어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바지가 벗겨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제일 중요한 것, 아이들에게 엉덩이를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우람이가 꽃무늬 바지를 입을 수 밖에 없는 필요조건이 되고 있다.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누군가 나에게 강요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바로 그 상화에서 어른들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고집스럽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람이 이야기를 이해한다면, 편견과 선입견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고, 꽃무늬 바지의 매력에 대해서 꼽씹어 보게 된다. 즉 이 동화에서 우람이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어른들의 생각이 백퍼센트 옳다하더라도 아이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사춘기 아이의 예민한 감성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느낀 수치와 부끄러움 속에서 씨앗을 뿌리게 된다. 우람이처럼 당당해지는 것이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람이는 스스로 당당해짐으로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