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든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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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름답고 신성한 것이 죽어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그가 읽던 책, 입던 옷, 만졌던 물건들뿐이었다. 물건에서는 여전히 그의 냄새가 났고, 그녀의 혀끝에서는 그의 맛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물건을 버리지 못했다.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함으로써 서배스천을 조금이라도 살려놓을 수 있었다. 그의 물건을 모두 버리면 그를 완전히 잃게 될 터였다. (-17-)


다른 날 이른 아침, 마리아나는 조이를 만나러 갔다.
조이는 이제 막 일어난 참인지 비틀거리며 한 손으로는 얼룩말 인형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얼굴에서 눈가리개를 막 떼어내고 있었다.(-123-)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아주 잠깐의 키스였다. 마리아나의 몸이 반응했을 때 그느 이미 뒤로 물러선 뒤였다.
포스카는 돌아서서 열린 출입문으로 나갔다. 마리아나는 그가 걸어가며 부는 휘파람 소리를 들었다. (-205-)


렉스는 내게 용서 이사의 것을 가르쳤다. 렉스는 내게 죽음을 가르쳤다.
내가 열 두살 가까이 되었을 때, 렉스는 늙었고 양몰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렉스를 쉬게 하고 어린 개를 구해 대신 일을 시키자고 했다. (-273-)


조이는 남은 술을 모두 마셨다. 그녀는 빈 술잔을 벽난로 위에 오려놓았다. 난롯불에서 살짝 연기가 피어올랐고 ,잿빛 연기가 그녀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마리아나는 조이를 바라보았다. (-374-)


내 앞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그 일에 대한 책임이나 원인을 찾아내고, 이해하려고 한다. 어떤 일에 대해서 심증이 있고, 물증이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에 대한 시선과 관점을 찾아내고,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을 분석하거나, 논리적으로 문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소설 <메이든스>에서 마리아나는 남편 서배스천의 죽음에 대한 심증과 물증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이 소설의 앞부분에 살이사건이 등장하고, 연이어 누군가 죽게 되었다. 그 중심에 마리아나가 있었으며,우리가 과학적 사고로 진리를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처럼, 마리아나는 눈앞에 펼쳐진 살인사건에 대해 과학적 사고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찍었던 에드워드 포스카 교수가 있었다.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심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앞에 어떤 물증이 보여도, 그 물증을 확인하지 못한다.오로지 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있으며, 마리아나 스스로 그 심증에 대해 충실한 확증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으며, 실제 범인과 진짜 범인이 다르다는 여러 암시와 장치를 배치해 놓고,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죽이는데 이유는 없다는 사실, 내 눈에 거슬리게 되면, 살인을 할 동기를 스스로 찾게 되고, 그 동기가 계획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결정적인 행위가, 심증의 대상이 되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여러가지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퍼즐을 맞춰 나가는데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고 있다. 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긴 여정 뒤에 숨겨진 다양한 퍼즐 조각들,그 하나하나가 실제 범인을 향하고 있었으며 , 작가는 교묘하게 그것을 숨겨놓거나 무의식적으로 흘리면서, 사건의 국면을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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