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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평점 :
서리풀 공원에서 오전 9시에 숨진 채로 발견, 자사로 추정.
기사를 소개한 기자는 '단독'타이틀을 거머쥘 욕심에 자살 추정 인물이 누구인지 생략하는 실수를 범해 포털서비스 이용자들로부터 빈축을 사야만 했다.'대체 누가 죽었다는 거야?' 라는 의문이 쏟아져 나올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재빨리 문제 인물을 표기해 재송고했다.성급히 쓴 '자살' 이라는 표현을 '극단적 선택'으로 변경하는 재치는 덤이었다.
박철균 바이오닉 기업 대표. 서리풀 공원에서 오전 9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
경찰은 박철균 대표 가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 (-10-)
"인사개편 권한은 법무부 장관 권한 아닌가요?"
"농담해? 총장이 팀 날린다는 게 에프엠처럼 정해진 인사개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팀 날릴 방법은 수십가지가 넘어. 법무부는 형식이고, 실권은 총장이 법무부 빼놓고 대통령하고만 붙어먹으면 더 대책 없는 거라고.알아들어?" (-41-)
"부패의 현상은 한 조직이 그들의 권력이 영원하거나 완벽해야 한다는 착오에 빠져들 대 가속화됩니다."
남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는 건 김병민의 평소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어쩔 수가 없었다.김병민이 서 있는 단상위엔 대검연구팀 인력이 총동원되어 작성된 원고가 올려져 있었다.김병민은 연설문이 적힌 원고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100-)
"특수부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곳이잖아. 쥐새끼나 피라미 잡는 데 힘을 쏟지 않아. 호랑이를 잡아야 하니까."
평소 같으면 욕이라도 쏟아부었을 한동현이었다.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대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부장검사인 한동현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잡놈이 백동수의 정체성이다. 백동수가 서울중앙지검에서 기피 업종인 형사부도 아닌 엘리트 부서인 특수부에 있는 것은 전시 목적 아니면 이례적인 상황에 불과했다. 그런 백동수가 자신에게 이런 식의 조롱섞인 말을 던지는 것이 대단히 어처구니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백동수의 비아냥을 넘기고 차분히 답해주었다. (-145-)
대한민국 권력의 실세이자 수천명의 율사들이 모여있는 곳이며, 대법원, 서울고등법원,서울법원종합청사서울중앙지방법원지방법,서울고등검찰청,대검찰청이 있는 곳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거리이며, 그들만의 권력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과 자본이 집약되어 있으며,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따라가는 자존주의 사회 대한민국이 압축되어 있는 곳이다. 소설가 주원규의 <서초동 리그>는 그들만의 세계를 중앙지검 평검사 백동수와 대검찰청 특수1부 소속 한동현 부장검사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소설의 첫부분은 죽음이 등장한다. 박철균 바이오닉 기업 대표의 극단적인 선택 위데 숨어있는 비리와 부정부패의 실체를 낱낱이 추적하고 있는 소설이며, 인류가 만든 특별한 자본, 펀드가 인간과 사회를 망처놓는 실체를 작가의 픽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부패의 속성 뒤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읊게 된다.그리고는 실제 몸통에 해당되는 검찰권력의 현주소를 읽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한민국 권력의 실세인 검찰총장의 힘과,그 검찰총장의 머리이자 상부기관인 법무부 장관의 힘겨루기가 이 소설에 잘 드러나고 있는 이유, 우리가 생각하는 검찰권력의 실체는 인간의 삶을 송두리재 빼앗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우치고 있다. 이 소설을 보면, 윤석럴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조국 교수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검찰이 자신들의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검찰 권력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조목 조목 추적해 나갈 수 있으며, 엘리트 코스를 거쳐온 검찰 조직의 요직 중의 요직, 특수 1부 소속 한동현 부장검사의 실체와 속성을 깊이 들여다 보는 재미가 이 소설에 관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