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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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주는 혀끝에 승혜 이름을 올린 걸 금방 후회했다 . 이제 겨우 잊을 만하니까 새삼스럽게 아무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보민은 의외로 태연한 기색을 지은 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 고민거리란 게 도대체 뭔데?" (-23-)


차에 오르는 태주에게 정애가 물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으면 부부인줄 알겠다.
"오늘은 올 것 같지 못합니다.어머니랑 같이 식사해요."
"알았어요. 그럼 다녀와요."
정애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 겨예까지 하는 모습이 백미러에 잡혔다. (-146-)


다요가 몸을 나려 들어갈 것처럼 태주의 입에 머리를 불쑥 들이민다. 그리고는 두 사람은 웃고 말았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여행사로 이동했다. (-236-)


다요는 소리 지르고, 몸부림치고 흐느꼈다. 두 사람 사이에 벼락이 치고 ,우레가 울고, 파도가 치솟았다. 태주는 이 일을 하며 처음으로 콘돔 같은 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로지 그 일에만 집중했다. (-315-)


"꽨찮아요. 눈물만 닦으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본 신부 중에서 제일 예뼈요. 같은 여잔데도 탐나요."
웨딩매니저가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며 다요의 얼굴에 번진 눈물을 닦는 사이, 태주는 잠시 강바람을 생각했다. (--414-)


사랑과 욕망 사이, 인간이 느끼는 깊은 사랑과,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 거쳐가야 하는 선과 경계가 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 하여, 반드시 그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없는 건,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희노애락과 욕망이 자본과 돈, 인간의 열등감 저 너머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즉 순수한 사랑이란 애초에 없다는 것, 우리 앞에는 언제나 유혹이 있고,그 유혹의 터널을 빠져나온느 과저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가지 순간들을 지나갈 때,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소설 <유리언덕>의 주인공은 한태주이며, 문학박사이며, 시간강사 를 하고 있었다.이 소설에서 책 제목 <유리언덕>이라 지은 것을 보면서,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그 영화 속에서 출연자들이 건너가야 하는 인간이 건너야 하는 바닥에 깔려 있는 유리는 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순수함과 ,여리고, 쉽게 파괴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이 소설에서 <유리 언덕>은 주인공 한태주가 쓴 작품이자, 한태주의 밥그릇이기도 한,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와 연결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소설에서 한태주 앞에 놓여진 운명과 우연, 필연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거미줄과 함께하게 된다.


시간강사 한태주, 그의 문학 수업을 듣게 된 4학년 대학생 혜진,헤진의 사촌 언니, 서다요가 있었다. 소위 이 소설이 사랑에 대해 속물적인 패턴과 공식에 따라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누군가 처음 알게 되었더니 또다른 누군가를 알게 되는 ,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는 운명적 인생과 함께하고 있다. 즉 한태주는 서다요와 만나기 전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사랑이 결혼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이 결혼해야 한다는 보편성과 엮이고 말았다. 즉 이 소설에서 한태주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고, 한태주와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서다요의 가치관 또한 흔들리게 된다. 즉 두 사람의 도덕적 가치관이 흔들린다는 건, 불안과 불확실함 속에서, 그들이 이 두가지를 털어내기 위해 합일을 하게 되는, 그들 앞에 일탈은 불가피한 전철이라는 걸 알게 된다. 즉 인간의 본성은 도덕이라는 가치에 역압되고, 절제되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 직감과 욕망에 따라간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소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의도가 깊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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