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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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등장인물은 심지어 이름까지 있다.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이다.아즈라엘은 한 손에 검을 쥐고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 주변을 서성인다고 전해진다. 순전히 미신적인 이야기지만, 그로 인해 별난 관습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많은 유대인 가족들이 식구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환자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준다.그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인데, 그것의 악의를 품고 그를 찾아올 초자연적인 불청객을 속이기 위함이다. 한번 상상해봐라. 죽음의 천사가 당신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모셰라는 사람의 목숨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침착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어쩌나, 여기에 모셰라는 사람은 안 살아아요. 솔로몬에 집인데." 그러면 천사는 머리를 긁적이며 도리어 미안하게 됐다고 뒤돌아 떠날지도 모른다. (-15-)


유대 전통에 따르면 사람이 죽어서 매장되는 순간까지 고인의 시신 가까이에 초를 켜두어야 한다.여기서 초는 아직 살아있는 영혼의 존재를 상징한다. 이 제의는 심오한 진실을 표명하는데,그것은 우리를 떠난 자의 생명에서 무언가 이 며칠동안 눈부시게 작영한다는 것이다.그때, 떠나는 생명은 특별한 방식으로 빛나고, 그래서 그의 곁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이 빛을 감지한다. 이 빛은 세상을 밝게 비출 수도 있고,빛을 통해서 이제껏 완연한 어둠 속에 머물러 있던 것을 볼 수도 있다. (-54-)


나는 항상 애도자들에게 당부한다. 그들이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건 간에 그로 인한 고통 외에도 생경한 현상을 경험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그 현상이란 말의 공허함과 말하는 사람들의 서투름이다. 당신을 조문하러 오거나 그곳에서 당신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당신을 위로한답시고 실언을 하기 일쑤이고 ,간혹 망발까지 내뱉는 결례를 범한다.예컨데 "제일 좋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난다"라거나 "적어도 그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것" 이라거나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이 시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되지도 않는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갖은 시도를 감행한다.애도자들은 거기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때로는 지극히 역설적으로, 조문 온 사람들이 직접 당하지 않은 불행에 속절없이 무너져서 도리어 당사자들에게 위로를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136-)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른 점은 삶을 기억하고, 죽음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인류의 문명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큰 변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었던 하나의 배경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매우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살아생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되고, 거기에서 나는 어떻게 살것인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 알고 가는 건  매우 중요한 삶의 고민이기도 하다.그래서 각 나라마다, 문화적으로 , 종족이나 종교적으로 죽음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유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과, 기독교적이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 이슬람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은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 있고, 그 차이를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쉽게 접해보지 못한 유대인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다. 최소 3일장을 치루는 유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죽음을 기리는 것과 달리 ,유대인 고유의 전통에 따라서,그들은 죽음을 응시하고, 마주하고자 한다. 장례의 절차와 원칙, 기준이 달라지고 있으며,그 안에 깃든 여러가지 상황들이 죽음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 다른 종족이나 민족성을 극복할 수 있다.특히 우리의 전통과 유대인이 바라본 전통에서 공통점이 발생할 수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감정의 동요 속에서 우리는 애도자로서 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아생전 고인과 함께 했던 조문객들이 위로한다고 건네는 말이 섭섬함과 서운함으로 남을 수 있다,그건 유대인도 마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즉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현 상황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죽은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들의 말이 결코 악의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며, 미연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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