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밤들 - 배우 홍윤재 수필집
홍윤재 지음 / 우주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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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지 않아도 돼요.
그냥 자기 모습대로 살아가요."
라고 이야기하죠.
그래야 편하다고.

알아요, 편해지는거.
근데요, 어떤 사람은 그냥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을 수 있잖아요. (-27-)


만남보다 헤어짐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헤어진다는 건 참으로 절차가 복잡하구나.

삶의 기록에 대한 서류, 죽음에 대한 서류,
그리고 후생에 있을 방 한 칸 마련해야 하고,
그 방을 잡기 위해 순서도 지켜야 기다려야 하고,

이걸 다 하고 나서야,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오나 싶은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들어오는 살아온 기록에 대한 정리.

마음으로 잊고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보내는 한참이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 (-39-)


발바닥에,
발등에,
발목에,
종아리에,
허벅지에,
엉덩이에,
허리에,
팔에,
그리고 머리까지 전해지는 반복을
버티긴 쉽지 않다.

완주를 목전에 두고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긴다.
이 지겨운 반복 행위는
인간의 의지를 나약하게 만든다. (-73-)


날이 좋아서 
꽃을 샀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꽃을 준다.

왠 꽃이야?
그냥, 날이 좋아서요. (-95-)


내 삶을 새로 시작하는 거야,
풍경이 너무 좋다, 행복하다.
뛰면서 소리라도 질러서 스트레스 풀어야지.
어제 있던 일,뛰면서 잊자.
뭐 이런 생각해 본 적 없다, 뛰면서.

커다란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약속을 정해놓고, 그 약속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것.
그거 하나로 달리고, 참고, 달리다.

힘든 약속인 줄 알면서,
스스로 계속 약속을 잡는다.

강해지기 위해
솔직하기 위해
부끄럽지 얺으려고,

달린다, 계속. (-99-)


하루 하루 살만합니다.

항상,
최악을 상상하거든요. (-121-)


무언가에 대해서 크게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말은 굉장히 그럴듯하게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여러가지에 아픔을 느끼며,
조그마한 거에 실망한다.

어느 순간 생각했다.

나에게 모델을 하자고 했던 분들과,
나에게 연기를 하자고 했던 분들과,
나에게 전시를 하자고 했던 분들과,
나에게 글을 쓰자고 했던 분들을.

그들은 날 믿어주고, 그들은 날 응원한다.

모든 사람에게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순간이, 나를 무너뜨렸다.

무너질 이유가 있었나?

아, 밤 공기가 참 좋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다. (-141-)


독서를 하는 이유, 수필집을 하나하나 읽는 이유는 나의 무의식에 ,수면 밑에 잠재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 내는 과정이다. 한 권의 책과 벗하면서 나를 알게 되고, 그동안 품고 있었던 어떤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게 된다. 나의 삶, 너의 삶 속에 감춰진 은밀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나의 삶의 근원적인 메시지가 될 때가 있다.  책 한 권을 통해 나의 삶과 나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취하고 싶은 밤이 있다.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많아지는 그날, 그 순간이 바로 취하고픈 순간이다. 즉 내 안의 감춰진,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슬픔과 아픔이 기억나게 되는 그 순간, 나는 스스로 취한 밤을 만들어 낸다. 모델 홍윤제, 모델이라는 직업 이외에, 홍윤제는 마라톤 예찬론자였다. 틈틈히 달리고, 핑계를 만들어서 달리고, 이유없이 달린다. 달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의 메시지다. 나의 삶이 ,나의 취믹라 누군가에게 이해와 공감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내 삶은 조금씩 조금씩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이 풀지 못했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 볼 수 있다.


저자는 솔직해지기 위해서, 강인해지기 위해서,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마라톤을 한다고 하였다. 나도 이 부분에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으며,여기에 덧붙이자면, 오랫동안 걸을 수 있기 위해서 마라톤을 시잔하는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어졌다. 나이가 들어가면,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웝지고, 무언가 의지하지 않고 걷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물론, 마라톤을 통해 나의 삶은 조금 더 새로워지고, 다 행복한 삶,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최악의 순간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나를 힘듦으로 바꿔 놓지만, 그로 인해 나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찾아낸다. 이 책에서 미워하고 싶은 나, 싫어지고 싶어지는 나를 스스로 꺼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며, 자신의 삶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배우라는 직업이 용기와 도전의 메신저가 될 수 있고,새로운 삶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있다. 행복한 삶은 거져 만들어지지 않는다.스스로 노력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최악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행복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그라고 나는 나에게 소소한 선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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