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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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젖꼭지가 특이하긴 했다. 양쪽 젖꼭지가 반쪽씩만 있었다. 45도 각도로 삭둑 잘려서 위쪽만 있고 , 아래쪽은 지우개로 쓱 지운 것처럼 아예없었다. 유전자가 젖꼭지를 만들다 깜빡한 건지 아니면 신인류의 모델인 건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희안했다. (-13-)


젖꼭지를 보자마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하는 간호사도 적지 않았다.정상적인 젖꼭지를 가진 자들의 특권이라도 되는 듯 혀끝을 차며 쏘아보기도 했다. 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 타고난 걸. (-15-)


어쨌든 처남이 곽 사장을 완벽하게 벗겨 먹은 거였다.그래도 곽 사장은 언제이고 금괴가 국내로 들어올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애가 타고 화가 났지만 처남이 자신한테 사기 쳤을 거란 생각은 끝끝내 하지 않았다.그걸 인정하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거였다. (-79-)


뉴스가 거의 끝날 때, 하득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란 둣이 후드집업을 벗었다. 강진과 중간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처음 보는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대문이었다. 하득이 후드집업을 벗어 젖힌 것도 붉은 나이키 티셔츠를 뽐내기 위해서였다. 하득은 우쭐거리며 웃고 있었다. (-142-)


십 년 전의 이촌공원 화장실에서 빼앗긴 돈을 되찾으려는 세 친구의 성전은 초라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아니 태국의 따완 의사한테 가서 정상적인 젖꼭지를 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허망하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28-)


그때 TV뉴스에서 강진과 중간, 하득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첫 눈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먹자골목의 연탄구이 식당이 떠올랐다. 불판을 닦는 것부터 식탁의 기름때를 없애는 일까지 얼마나 많이 부려먹었던가.순진하고 ,착한 친구들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셋이 다파니 주얼리 숍의 미수사건으로 경찰서에 연행됐다는 게 놀라웠다.더구나 곽 사장의 사주로 자신과 남편이 털려고 했던 바로 그 주얼리 숍이었다. (-249-)


사람들은 저마다 컴플렉스 , 열등감이 있다.그 컴플렉스는 죽었다 깨어나도, 극복할 수 없는 컴플렉스가 있다. 내 몸에 새겨진 컴플렉스,태어나면서 만들어진 컴플렉스는 결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또다른 문제가 된다. 혼자서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들게 되고, 남들과 가까이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부끄럽고, 수치심 느낄 수 있는 상황, 사람들이 나만 처다보는 것 같은 기분,그런 기분들이 바로 나의 컴플렉스, 열등감의 또다른 모습이다.


소설 속 세 명의 주인공은 똑같은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처음엔 혼자만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인 줄 알았던 비밀스러운 컴플렉스를 간직하고 있는 강진은 ,자신의 그 컴플레스, 치부를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치부를 누군가에게 드러내야 하는 순간은 참 절묘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강진은 중간,하득이 앞에 ,자신의 그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스스로 바뀌게 된다.


젖꼭지가 이상하게 생간 강진, 그래서 매사 자신감이 없었던 강진은 스스로 왜 태어난것인지,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나만 가지고 있는 그 컴플렉스가 나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말았다. 강진보다 더 한 하득이가 나타났고, 중간이 나타났다. 강진은 그나마 젖꼭지 중 반은 남아 있었지만, 둘은 한쪽 젖꼭지가 없거나, 아니면 양쪽다 없는 상태, 나의 컴플렉스가 타인의 컴플렉스를 보면서 치유받았고, 위로릂 느끼게 된다.그리고 셋은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


소설은 우리의 심리를 잘 나타나고 있다. 나만 비참한 줄 알았는데, 나만 비참한게 아니라,나보다 더 비참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함께 동지 의식을 느끼고 살아갈 때가 있다. 강진과 하득, 중간,이 셋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공통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고,나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 나의 삶에 하나의 태양이 비추게 된다.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모습들이 눈앞에 서기게 되며,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며, 삶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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