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의 꿈
김춘기 지음 / 문이당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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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유독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노목에 마음이 간다. 오래된 가지 끝에 어쩜 그처럼 많은 잎을 매달고 버틸 수 있는지 신비롭다. 평생 겪은 수난의 그림자를 더 짙게 드리우기 위해서 작은 잎사귀 하나도 벞리지 못하고 무겁게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얽히고 서린 줄기가 유서 깊은 사연을 말해 주는 것 같아 숙연함에 젖는다. 무수한 잎 사이로 햇살이 화사하게 빛나고 불어오는 솔바람 따라 상념의 나래를 펼치는데,노목의 가지를 타고 언뜻언뜻 내 어머니의 모습이 깃발되어 펄럭인다. (-16-)


목련꽃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나 했는데 한 자락 바람을 타고 떠나려고 한다. 너무 짧은 마남이 한바탕 꿈인 양 아련하다. 1년을 기다려야 다시 만날수 있을 텐데 무엇이 급해서 떠나려 하나.이제 곧 푸르게 돋아나올 나뭇잎을 마난 후 천천히 떠나도 좋으련만 서두름의 연유는 무엇일까. 모든 자리를 내어주고 남은 한 잎마저 떨어뜨린은 목련을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79-)


한 때 뻣뻣한 배추처럼 살았던 때가 있었다. 책임감을 내세우고 옳고 그름의 잣대만 높이 쳐들었다. 때로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했고, 때로는 타인을 너무 의식해 자신을 잃어버렸다. 타인의 마음과 만남을 이뤄내지 못한 맨송맨송한 관계는 정으로 이어지지 못했기에 흡사 간이 덜든 배추처럼 겉돌기 마련이다. 사람은 영물이기에 아무리 겉이 부드러워 보여도 풀기 멀금은 꼿꼿한 마음을 금방 알아챈다. 마음의 플기를 죽여야 이웃과 어울려 맛을 낼 수 있음을 김치를 담그면서 알게 되었다. 뻣뻣하게 데면데면하게 굴면 양념이 덜든 김치처럼 맛깔스런 관계를 맺지 못한다. (-111-)


길을 잃고 어둠 속에 절망하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이가 있다면 그를 등대라 일컬어도 좋으리라.열네 살 봄 운명의 갈림길에서 선생님을 만날수 있었음을 얼마나 큰 행운이었던가. 등대섬 하얀 등대는 지난날에도 면함없이 빛을 보내어 뱃길을 인도했을 것이다. 등대 불빛이 있었기에 어떤 선박은 잘못 든 항로를 바로 잡았고, 원양어선 선원들은 비로소 내 땅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세상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빛을 발하는 모든 등대에게 고마움과 무한 신뢰를 보낸다. (-167-)


심심할 때마다 책을 읽거나 흑판에서 글씨쓰기 연습을 했다.다행이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던 친구 덕분에 책을 접하는 기회가 늘어났다. 막막한 가운데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연습했던 흑판글쓰기는 뒷날 실제로 내가 교단에 섰을 때 도움이 되었다. 세사엥 헛ㄷ괸 노력은 없는 듯했다. 교사의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부족한 학교 수업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친구도 한 학년 위의 숙이와 란이었다. (-249-)


시골 오지 청송에서 태어난 김춘기님은 ,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교육 현장에 37년간 중고등학교 국거선생님으로 현역에 있었다. 시골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인문학 수업보다 더 많았던 실업계 관련 학교 수업들, 자신의 공부에 대한 결핍을 학교에서 , 수업 시간과 도서관에서 채우게 된다. 어릴 적부터 느꼈던 교육에 대한 습자지 같은 삶을 아이들을 통해서 채워나가고 싶었으며, 정교사 자격증을 따고 난 뒤, 첫 부임지는 버스를 갈아타고 갈아타고 갈아타야 했던 오지 중의 오지, 상주 관내 중학교이며, 교장 교감 선생님 포함하여, 셋에 불과한 오지였다.오지에 여자 선생님이 온 것은 마을의 잔치였고, 동네마을의 관심이기도 했다.국어 선생님이었지만, 다른 여타 과목 수업도 하면서,아이들과 정을 두텁게 쌓아 나가게 된다. 자신의 삶의 희노애락 속에, 젊어서 보고 듣고,느꼈던 자연의 향기와 지혜로움을 아이들 또한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동거동락 하면서,보았던 자연고 벗하며 살아가는 삶, 자신의 인생을 깊이 반추하면서, 놓치고 있었던 것들읋 주섬주섬 채워나가고 있었다. 유독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노목 팽나무에 시선이 가게 되면서, 곱게 늙어감의 진미를 알게 된다. 자신의 목표와 삶의 의미,인생의 나침반을 자연 속에 찾아나가는 것은 이 수필집에서 느껴지는 깊은 풍취가 있었다. 틈과 틈 사이,여백이 있으며, 그 여백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솔한 관계,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결속이 되어질 때,우리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고, 작은 행복에 나를 맡기게 되었다. 허물없이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인새의 멋을 찾아가는 건 매우 중요한 메시지이며, 살아가면서,내 안에 위로와 치유가 깃들며, 자신의 삶의 마지막 끝자락을 행복으로 채워나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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