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에리카 산체스 지음, 허진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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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다가 책을 배에 올려놓는다. 그런 다음 연보라색 벽을 멍하니 보면서 사이가 멀어지기 전 언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린다. 언니의 화장대 위에 우리 둘이 멕시코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여름마다 우리를 멕시코에 보냈지만 이제 안 간지 몇년이나 됐다. (-29-)


"정확히 뭘 찾고 있는 거니, 훌리아?"
"그냥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예를 들어서?"
"모르겠어.그걸 찾아내려는 거야." 부아가 치민다. 여기온 게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앤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올가의 방을 뒤지다가 야한 속옷과 호텔 키를 찾았다고? 나는 끔찍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라서 보기 전까지는 언니한테 관심도 없었다고? (-66-)


로레나가 나는 본 적도 없는 자기 사촌 대니와 춤을 추라고 억지로 권한다. 초대도 안 받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항변하기도 저에 로레나가 댄스플로러에 서 있는 대니 쪽으로 나를 떠민다. (-179-)


"섹스는 인간의 정상적인 경험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커다란 수치심을 덧붙이지." 쿡 선생님이 다리를 꼰다. 나도 카우보이 부츠를 사야 할까 보다. 저 끝내 주는 부츠로는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64-)


아시겠지만 저는 거의 2년 전에 올가를 잃었어요. 난 항상 올가를 생각한답니다. 올가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때가 단 한 순간도 없어요. 저에게 올가의 동료이자 친구였죠. 얼마나 지나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반으로 쪼개진 기분이에요. 여기 이 아이는 내 예쁜 딸 훌리아인데, 나는 훌리아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얜 너무,너무나 달라요. 훌리아가 특별한 아이라는 건 알아요. 똑똑하고 강한 것도 알지만, 우리가 항상 서로를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예를 들어서 올가는 항상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고, 친척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좋아했지만 홀리아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해요." 아마가 코를 푼다. (-324-)


소설가 에리카 산체스의 이력을 보면, 시인, 소설가, 페미니스트, 이민자의 딸, 젊은 여성들을 위한 치어리다 라고 나온다. 여성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한 흔적이 나오고 있으며, 여성의 삶을 자신의 소설에 녹여내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에는 주인공 이민자 자녀인 올가와 올가의 여동생 훌리아가 등장한다. 울가는 소설 첫 부분에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그동안 언니에 대해서 무관심하였던 훌리아는 언니가 남겨 놓은 유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런 야한 속옷과 호텔키였다. 그리고 훌리아는 올가의 죽음 이후, 올가의 남친으로 생각했던 앤지의 기이한 태도에 대해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즉 앤지는 올가와 친한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으며,  남친이 아니었고, 올가는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면서 살아오게 된다.


소설에서 올가는 단순히 올가가 아닌 성녀 올가로 부르고 있다. 보수적이며, 경건하고, 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르 지니고 있다.하지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였던가, 올가의 그동안 살아온 삶은 성녀가 아닌 ,창녀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훌리아는 올가 생전에 ,올가가 만났던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언니의 죽음 이후, 숨겨진 비밀들을 찾고 말았다.내 삶의 근원적인 해갈, 그동안 무심했던 훌리아의 태도와 자세,그 과정에서 한 가족이었지만,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이 소설 이야기가 단순히 허구는 아닌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내 가족 중 누군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생저에 쓰여졌던 물건들, 그 유품 뒤에 숨겨진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후회와 실망, 죄의식과 죄책감이 동시에 나의 감정과 생각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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