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썸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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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회피엔딩이 되고 싶지는 않다.이왕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는 끝까지 가보고 싶다. 상처받기 싫어서 이도 저도 아닌 사이가 되느니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가 되고 싶다. 
노래든, 영화든, 소설이든, 사람이든, 이제는 상처받을 용기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21-)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는 <좋아하는 것 리스트>다. 좋아하는 것! 말그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쭈욱 적어내리는 이 페이지는 스케줄로 가득한 다이어리 속 한 줄기의 빛처럼 마음의 휴식을 준다. 리스트에는 매년 변함없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뿐만 아니라 그 시즌에 반짝 내 마음을 훔침 몇 사람들과 드라마, 영화 그리고 나만이 아는 순간들이 적혀 있다. (-49-)


첫 고백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택한 방법은 버디버디였다. 이미 그 애도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농담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었다. 좋아한다는 나의 버디버디 쪽지에 돌아온 대답은 "나도 너 좋아, 그럼 사귈래?" 였고, 그 순간 나는 곧장 컴퓨터 코드를 뽑아버렸다.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은 뒤통수를 한 대라도 맞은 것처럼 멍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붙잡고 영어 과외를 받기 위해 원어민 선생님댁으로 향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니었다. 멀미가 날 듯이 속이 울렁거렸다. (-64-)


<영스트리트>부터 <텐텐클럽>,<심심타파>까지 오후 8시부터 심야까지 긴 시간을 라디오와 함께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매일 같이 찾아듣던 dj 들의 친숙한 목소리가 점점 낯선 목소리로 바뀌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라디오와 서먹거리기 시작했다. (-85-)


웃음만이 넘치던 시절도 있었다. 무엇을 하든 행복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혼자 짐을 꾸리고 촬영장을 가는 길이 춥고 고되고 나를 불러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예상치 못한 대기에 혼자 빈 대기실에 앉아 있어도 기다릴 수 있어 행복했다. 말도 안 되는 페이를 받은 적도 있지만 그런데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촬령이 끝나고 녹초가 된 몸으로 택시가 아닌 고속도로를 기다리며 버스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여겼다. (-130-)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보고, 누군가의 고백을 느끼며, 받아들인다는 건, 새로움과 설레임으로 채워지게 된다. 살아가며, 만남과 이별, 그리고 내 삶에 있어서 근본적인 이치,그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가치관이 될 수 있다. 내 삶의 가치관과 누군가의 가치관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것,누군가의 에세이에서 느껴지게 된다. 


작가 썸머는 본명은 고아라이다. 영화배우 고아라, 1999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버디버디가 있으며, 사이월드가 있으며, 프리첼이 있었던 순수했던 인터넷 사랑이 있었던 그 때이다. 책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에는 영화 접속에서 느껴졌던 순수함이 느껴지며, 가벼운 사랑과 무거운 사랑의 경계에서, 순수한 사랑의 실증적인 의미를 얻게 되었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불확실한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치유가 될 수 있다. 나의 삶이 자가 고아라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위로가 느껴졌던 건,나의 삶이 결코 나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지치고, 삶이 버겁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미래의 나를 연결할 수 있는 가치와 신념이 되고 있다. 영화배우 고아라의 기쁨과 슬픔 속에 감춰진 소소한 행복은 ,내 안의 무의식으로 침전되어 있는 기쁨과 슬픔을 저 지평선 위의 수면 위로 끌어올리곤 한다. 살아가되, 함께 하고, 함께 하면서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다는 것,그 하나하나, 삶의 짐을 내려놓는 느낌표로 남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의 삶이 지쳐 있을 때, 이 책의 한권이 내 삶의 화수분이 되는 이유는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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