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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태양 ㅣ 아라미 청소년문학 1
가브리엘레 클리마 지음, 최정윤 옮김 / 아라미 / 2021년 12월
평점 :
하지만 다리오는 알고 있었다. 모를 리 없었다. 그가 가장 원치 않는 것이었다. 태양이나 안뜰, 터질 것 같은 엘리사의 붉은 얼굴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 앤디가 다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29-)
다리오는 성인용 기저귀라는 게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앤디만 그게 필요한 게 아닐 텐데 , 왜 아무도 이 생각을 못했지? 앤디가 언제 하품할지 아는 엘리사도 몰랐단 말인가?'
하지만 기저귀를 채운다 해도 당장 갈아입힐 깨끗한 속옷과 여분의 바지가 필요했다. (-72-)
"둘이 무슨 얘기했어?"
다리오가 시동을 켜면서 물었다.
앤디가 웃었다.
'그게 왜 궁금해? 우리끼리 얘긴데." (-123-)
닉이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플로라에게 키스를 했다.
다리오는 태야이 뜨겁게 내리쬐는 밖으로 나갔다. 세 걸음 걸어가서는 무릅을 꿇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무에 몸을 기댔다. 몸에 알레르기가 돋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189-)
청소년 소설 <내 손안의 태양>은 이탈리아 작가 가브리엘레 클리아의 작품이며, 주인공 다리오를 내세우고 있다.이 청소년 소설은 우리와 다른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일반인과 장애인의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교훈을 넘어서서, 이탈리아 특유의 사회와 사람들의 배려와 이해,공동체의 독특함을 이해할 수가 있다.즉 책에서 한국인이 배워야 하는 교훈과 이탈리아 특유의 사회적 문제의식을 동시에 배우게 된다.
다리오는 문제아였다. 학교에서 문고리를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델프라티 선생님에 의해 호출되었으며, 장애를 가진 소녀 앤디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도록 봉사활동을 명령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학교 내에서 썩은 사과로 불리는 문제아라는 걸 교장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다.
이 대목에서 책을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이라면 결코 다리오와 앤디를 같이 묶어두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령 문제아이가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하도록, 자원봉사 명령을 내린다고 가정한다면, 시민단체나 여러 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의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다. 책에서 낯설게 되는 대목은 여기에 있었다. 장애를 가진 앤디를 전문적인 장애 케어 교육을 받은 이가 아닌 문제행동을 반복하는 썩은 사과 다리오에게 맡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다리오는 더군다나 상습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다.
하지만 다리오는 앤디와 함께 휠체어를 타면서 반성과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책임의식도 가지고 있는 다리오다. 처음 자신의 가정환경에 대한 열등감과 학교 교내에서 느꼈던 억울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다리오가 소녀 앤디와 함께 다니고, 앤디의 힘든 모습을 보면서, 다리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걸 스스로 느꼈으며,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사ㅚㄹ에 대한 불편 부당함을 풀어야 했던 다리오였다. 즉 다리오는 문고리를 방가뜨리는 단순한 사고뭉치, 문제아이에서, 앤디를 통해 하늘과 태양, 바다가 왜 이세상에 존재하고, 자연이 내 삶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더 나아가 ,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스스로 느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교훈적 메시지 속에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개선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따스한 메시지가 책 속 숨어있는 곳에 감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