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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평점 :

"전 결혼에 거부감이 없거든요" 제인이 반발했다. "모든 남자들이 절 원하지 않는 거라고요. 당신 중매재이가 맞긴 한 거예요? 저 돈 있어요. 돈 낼 수 있다고요."
"하나뿐인 너의 진정한 사랑이 그 남자들 중에 없었던 거야. 그 남자를 찾으려면 넌 여행을 해야 돼." 여자가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며 말했다.
"이건 뜨거운 물,이건 차가운 물이에요."
소피아가 직접 보여주고 수도꼭지를 돌렸다. 김이 펄펄 나는 물이 위에서 쏟아졌다. 제인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이로움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이제 제인이 직접 그 마법을 부려볼 차례였다. (-168-)
제인은 자신이 살던 시대와 가장 비슷해 보이는 곳,음식을 저장하고 조리하는 공간인 주방에서 시작했다.물론 그때와는 다른 물건도 많고 집안일을 해주는 인력도 없기는 했다. 제인은 흰색 상자, 얼음도 안 보이는제 음식을 차갑게 해주는 물건을 열어보았다. (-272-)
프레드는 몸이 굳었다.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런 이상한 상황에 적합한 말은 없었다. 사실 있기는 했다. 그가 좋아했던 (하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가 그에게 퇴짜를 놓으려고 장난을 쳤다. 사실 꽤 간단했다. (-371-)
"안녕하세요. 제출해주신 '란즈엔드'는 감사히 발 받았습니다. 원고 전체를 읽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아래 기재한 사항을 통해 제 사무실로 전화 주셔서 편리한 때 약속을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프레드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마음에들었나 봐요." (-465-)
소설 <제인 인 러브>에서 제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인오스틴이다. 1775년에 태어나 1817년에 세상을 떠난 여류작가는 오만과 편견, 설득, 맨스필드 파크, 노생거 사원, 이성과 감성, 에마를 쓰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200년의 시간을 거슬러 그녀가 21세기 영국에 다시 나타나게 된다. 이 소설이 타임슬립 로맨스 소설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인오스틴은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문제들, 눈앞에 자신의 작품이 어떤 공간에 고이 모셔져 있었으며, 하나하나 전시되어 있었고, 자신이 살았던 집과 공간, 시간을 찾아가는 이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에 제인오스틴은 순간 순간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다. 차가운 물을 꺼내 마실 수 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환경,조그마한 공간에 주방이 있었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조차 제인오스틴에겐 낯선 현상이다. 즉 자신이 살았던 18세기에는 없는 현대인들이 누리고 있는 문명적인 가치에 대해서 흥미로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여럿이서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주방이라는 경이로운 공간이 제인오스틴은 경험하게 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면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 본다. 그래서 소피아는 제인을 최대한 숨기게 된다. 제인오스틴은 소피아가 하고 있는 연극에서 제인이 소화해야 하는 역할은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며, 제인 오스틴이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에 연극이 무대에서 살게 된다. 즉 제인오스틴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알고, 상상해 왔던 우리가 실제 제인오스틴이 21세기로 온다면, 지금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자신의 작품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한편의 소설에서, 다양한 삻이 느껴지고 있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한 번 더 상기시켜주고 있었으며, 이 책 속에서 ,제인오스틴 마니아라면, 소설 속 세세한 부분까지 꺼내, 미스터리한 퍼즐을 맞춰볼 수 있다. 덕후 기질이 농후한 레이철 기브니의 <제인 인 러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