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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ㅣ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사운드 북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됩니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사랑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머지막에 했던 말을 자꾸 번복합니다.
주소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엽서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나는 궁금합니다.
꽃병에 담긴 물은
언제부터 썩을까
믿음을 강조하는 사람이
귀퉁이에 써놓은 작은 메모를 볼 때마다 알게 됩니다.
그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꽃은 식탁 위에 뒀습니다.
활짝 핀 꽃은 마르면서 작은 꽃으로 자랍니다.
말린 꽃의 온도로
깨진 조각을 공들여 붙인 그릇의 모양으로
오늘도 웃게 됩니다.
어느날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긴 울음은 이해가 되는데 긴 웃음은
무서워서
이 꿈이 빨리 깨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왜 슬픔이 아니라 공포일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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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11-)
삼촌은 난봉꾼이었고, 악당이었고,무뢰한이었다. 적어도 이 집안에서 삼촌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었다.그가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 집에 그런 식으로 머무르고 있는 게 가능했겠는가? ) (-67-)
모래놀이
누구도 나를 구할 수 없었으므로
누구도 도울 수 없었다.
누구도 끝까지 자신을 도울 수 없었음므로
누구의 도움도 구할 수 없었다
모두 다 털어내도
수북이 쌓였다
연민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고
나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앗다는데
진심이라는데
그늘은 점점 우리를 뒤덮었다.
다만 알고 있었다.
저렇게 얇은 팔로도 안을 수 있고
무언가를 들 수 있다니
기분이 안 좋아
얇은 팔에 진심을 가득 담아 아이가 말했다
내가 미끄럼틀 타려고 모래를 다 치웠는데 오빠가 또 미끄럼틀에 몰래 올렸어
초록으로 물든 공원 앞을 지날 때
장신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횡단보도로 내리던
여린 모래처럼, 몰래
이뤄질 수 없는 사람을 꿈꿨다
배우고 배우면
어울리지 않는 옷이 나를 끼워 맞춰 보는 일처럼
쥐어짠 것처럼
뒤틀린 몸으로도
사랑은 아름다운 걸까
슬픔이 들었다 놓은 것처럼 깨어져 있었고
진심으로와
사랑하다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 멀었다. (-323-)
시와 소설, 계절,이 세가지로 채워진 계간지 <시소>라는 책이 등장하게 된다.각 계절마다 하나의 시와 하나의 소설,이 두 편이 4계절이면, 여덟편으로 채워지게 된다. 문득 이 여덟에 에세이 네편을 추가한다면, 시소 가 아닌 시오에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한 권의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
생각과 사유는 시와 소설에 있었다. 봄 ,여름,가을 ,겨울,생명과 삶과 죽음, 이 자연의 연속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다.그럴 떄 필요한 것은 사랑과 연민이다.누군가를 꼬옥 안아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관계만으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죽음 앞에서 겸허하고, 삶에서 우리는 행복과 만족,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살아가고, 살아짐,시인의 의도와 소설가의 의도가 반영된 첫번 째 계가지 시소 ,그 하나만으로 실험성을 띄고 있지만, 내 삶에 필요한 것,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하나하나 채워지고 있어서, 성찰과 반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며, 덜 서운해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또다른 이유가 아닐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