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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크리스마스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평점 :



"이제 결정했어요. 카나리오 두 마리 주세요."
파파게노의 여주인은 분주하게 굴었다."카나리아 두 마리요. 두 마리!"
"압컷 한마리, 수컷 두 마리요."으제니오가 슬쩍 끼어들었다."엄마도 좋지? 새들이 행복해야 하잖아. 계단 밑에 있는 그 카나리아들처럼 말이야. 걔들하고 친구가 될 수 있겠지?" (-32-)
나는 물에 젖은 채로 벌벌 떨면서 곡식 낟알들을 가져다 작은 카나리아에게 살살 뿌려주었다. 그러자 커다란 놈이 튀어 오르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라 달아났다. 곡식 낱알들이 멀리까지 흩어졌다. 잔인한 수컷은 가엾은 암컷이 꼼짝도 못 하도록 막고 있었다.나는 내가 그토록 희망을 걸었던 카나리아 한 마리조차 구해줄 능력이 없었다. (-103-)
"난 우리 집 남자들이 특별한 파티를 열어줬다!"
니콜이 입을 열자마자, 우리 모두는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아버렸다. 실크 잠옷, 샴페인, 부드러운 피부와 진한 속눈썹을 가진 듬직한 네 아들들의 사랑, 그녀를 경배하고 누구보다 그녀를 보호해주는 남편의 극진한 복종, 애인의 열정,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도 완전히 외울 정도였다.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건만,니콜이 그런 식으로 사는 건 무엇보다 우리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그 정도로 부러움을 살 만한 삶을 꾸려간다는 건 실은 피곤한 일일 테니 말이다. (-159-)
사람들은 곧잘 자기가 하는 말의 파장도 모른 채 쉽게 입에 올리곤 한다.마르타도 자기 말이 좀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어조를 바꾸었다. 그러곤 갑자기 카트린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가엾은 카트린의 유별난 사연이었다. (-228-)
마르타가 날 안아주었다.그녀의 목에 주름이 져 있었다.
"우리 둘이 서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구나.그렇지만 난 요즘 네 생각을 참 많이 했어.으젠니오 때문에 넌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넌 또 너대로 걔를 괴롭히고 있고." 마르타의 목소리는 어느새 연극배우처럼 변해 있었다. (-259-)
어떤 상황과 곤경이 자신의 선택과 결정의 이유가 되곤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어떤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었다. 왜 우리는 열등감을 가지고, 그 열등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영향을 미치는지, 그 대상이 누군지에 따라, 자신이 가진 힘이 다다를 수 있는 범주는 어디까지인지, 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질문은 소설 <엄마의 크리스마스>에 있으며,주인공 누크의 내면아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엄마 누크가 있고, 아들 으제니오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크리스마스 전후, 누구도 으제니오 집에 찾아오지 않는 쓸쓸함만 감도는 시간으로,그날에 대한 감흥이 주인공의 삶의 불행과 번뇌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잘나가던 화가, 예술가였던 누크는 그 일을 접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었으며, 하루 하루 겨우 살아가는 직업맘의 일상이 누크에 반영되고 있었다.
일에 대한 회의감, 화가로서,자신이 해 왔던 예술적인 가치는 여전히 누크의 습관과 일사의 패턴에 남아 있었다.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소소하게 채워지는 예술적 감수성과 습관이 누크에게 있었다. 그렇지만 누크는 쓸쓸하고,외롭다,가족이 행복을 누려야 할 충만한 날,크리스마스조차도 그에게는 외로움 그 자체이며, 누크의 심리적인 변화 이면에는 아들 으제니오가 있으며, 으제니오는 누크에게 행복이 아닌 스스로 상처를 기억나게 해주는 영악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이 소설을 보면, 현대인들의 일상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별한 날, 그 특별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표출하려고 들 떄가 있다. 으제니오가 바로 누크에겐 소중한 가족이지만 때로는 화풀이,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즉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이야기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누크에게 주변 사람들의 객관화된 언어가 자신의 상처로 이어짇고 있었다. 누크는 그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성처를 안고 살아간다. 소설은 우리의 또다른 자아를 들여다 보고 있으며, 누구가 안고가는 열등감 이면에 숨겨진 과거의 기억이 자신의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부차적인 원인이 있으며, 작가는 그것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