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대장장이 집안 여자라면 불을 지피는 것 뿐만 아니라 불을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과묵한 아버지가 입을 열 땐 불 얘기뿐이었다.
연화는 불을 관리하는 일도, 첫 불을 지피는 일도 다 좋았다. 아버지 말이 아니었대도 연화는 좋아했다. 의무나 책임이 아니었다.장작을 쌓는 일보단 패는 일이 좋았고 공기놀이ㄷ보다 나무에 오르는 게 좋았고 세간살이를 관리하는 것보다 들판을 뛰어다니는 게 좋았다. 미끄러운 길은 신중하게만 걷는 것보다 가마니를 타고 미끄러지는 게 편했다. 숲에선 쑥을 캐는 것보단 도깨비불을 잡으로 다니는 게 좋았다. (-10-)
진홍은 여염집 여자들과 달라 보였다. 표정이 달랐고 걸음걸이가 달랐다.인력거꾼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내키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마음을 드러냈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아무 데서나 소리를 치기도 했다.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외로운 얼굴이 되었다.
어느 날, 한참 졸다 눈을 뜨니 진홍이 코앞에서 연화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는 왜 내게 눈길을 주지 않니?"
진홍의 말이 무슨 소린가 싶었다. (-40-)
연화는 묘지에 날한히 누워 그가 인간의 오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줬던 시절을 떠올렸다.나보다는 현명한 녀석이라 믿었는데....어처구니 없이 마지막 가족을 잃어버렸다. 연화는 안타까움보다는 그의 멍청함에 화가 났다.
오니가시마가 된 갑이는 기관사가 되었다. 고철 껍데기에 검댕이 뒤집어쓰며 행운이라 여기며 살고 있을 녀석을 상상할수록 연화는 원통했다.
그의 이름은 꽤 자주 들려왔다. 몇 년후 그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70-)
소설 <클락워크,도깨비>는 광무 3년, 즉 대한제국이 세워진 이후, 19세기 마지막해인 1899년을 대한제국이라는 이질적인 조선의 마지막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역사적 격동기,조선이라는 나라는 고종과 사도세자가 왕위계승을 하고 이썼던 시기이며, 민씨 집안이 지배하던 나라였다.그 시대적 암울함을 배경으로, 연화가 주인공이다. 소설에서 연화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여성으로 태어났지만 활동은 지극히 남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행동으로 인해 인력거를 끌어서 삶을 연명하였고, 기녀 진홍을 태우고 태워주는 일을 도맡아하게 된다. 약사가 소설와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진홍의 운명에 연화가 개입되고 있었으며, 그 하나하나 이해하고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설은 스팅펑크라는 새로운 장르였으며, 괴물이라 부르는 거대한 증기기관차, 일본이 지배하였고, 증기기관차가 있었던 19세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게 된다. 스팅펑크로 재현한 조선 말엽 일제강점기에서 인간과 인간을 꿈꾸는 도깨비, 불을 잘 다룰 줄 알고, 불을 이용하는 도깨비 앞에 놓여진 운명적 매쏘드가 소설에서 향유되고 있었으며, 배고픔을 못 이겼던 이들이 화전민이 된 슬프고 ,아픈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배경은 과거 어느 한 시점이지만, 스토리 구성은 현재를 나타내고 있었으며,우리가 알고자 하는 그 시대적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 당시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생활양식을 재현하고 있으며, 역사의 틈새를 매꿔 나가고 있다. 처음, 초기, 우리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역사적 맥락에 따라서, 우리의 과거의 삶을 하나하나이해할 수 있으며, 그 시대의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역사, 고통과 고뇌를 살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