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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낸 역사속 소문의 진상
홍지화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12월
평점 :

그로부터 나흘 뒤 한산도에 이르러 경상우수사 원균의 선단을 만났으나,전선 3척과 협선 2척에 불과, 매우 초라한 규모였소. 애들 전쟁놀이하자는 것도 아니고 실전인데, 그래가지고서 뭇근 전쟁에 나선다는 것인지 딱하였지만 그래도 원균 함대와 연합함대를 꾸리지 않을 수 없었소.나는 그를 진심으로 대했소. (-27-)
그런데 화약의 제조기술은 최고의 군사기밀이었소. 중국은 제조기술이 세어나가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알 길이 없었소. 이웃 나라 고려는 비싼 가격에 전량 수입해야 하는 처지였소. 그렇다보니 고려로서는 항상 화약이 부족했소. 무기 제작은 엄두도 못냈지. 나는 화약 무기의 막강한 화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소. 나는 무인으로 조정에 들어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왕에게 화약을 국산으로 제조해, 최신무기를 만들어서 왜구를 소탕하자고 건의했소.하지만 매번 내 건의는 묵살되었소. (-78-)
내가 인조반정을 막지 모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이천 같은 간신배들 때문이오.나한테는 충성을 다하는 듯 보여도 뒤에서는 사실을 은폐 조작해서 자기들의 힘을 키우고 사욕을 채웠지.내가 동복형 임해군과 이복동생 어린 영창까지 죽이고, 계모 인목대비까지 폐위시킨 것도 이이첨 등 대북파 간신들의 농락에 넘어가 그리 패륜짓을 저지른 것이오. (-147-)
뒤에 벽계수 양을 조롱하며 쓴 시도 그렇고, 제 시는 후대 양반님들이 공부하시는 국어 굑과서에 대부분 실러 있을 거예요. 국어시간에 꾸벅꾸먹 졸아서 기억이 안나신다고요? 호호, 그럼 제가 지족선사를 울린 낭랑한 음성으로 시 한 수 읊어드리이다. 다들 눈을 감고 들어보시어요. 후배양반님들 (-200-)
자네 남편 취향이 어쩜 우리 남편 이원수랑 비슷할까. 우리 남편도 술주정뱅이 줌박집 주인과 외도하는 것을 내 현장을 목격했지. 내 생애 그런 굴욕은 처음이었네. 홧병으로 드러누어, 내가 죽거든 재혼할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고 했네. 중국 옛 경전에 등장하는 성인들을 예로 들며 아들딸을 일곱이나 뒀는데 무슨 자식이 더 필요하냐고 제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 재혼하지 말라고 두 손 잡고 부탁까지 했다네. (-215-)
나는 바로 그런 가부장적 사회 인습에 반기를 들었소. 여성은 남성을 위한 소모품이 아니라고 절규했고,여성은 남성을 위한 장식물이 아니라고 부르짖었소. 내가 살던 당시 근대 교육을 받은 소위 '신여성' 이라 하는 여성들은 허영에 들뜬 여성의 대명사로 낙인됐고. 친구 나혜석이 그랬고,. 윤심덕과 심명순도 그렇게 외면받아 스러져갔소.'자유연애'를 외쳤을 뿐인데,'탕녀' 로 매도되건 시대였소,남자들은 첩을 몇 씩 집안에 들이고 , 요릿집 기생들과도 그리 방탕학세 지내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고, 남자니까 그것이 당연시 되던 때였소. (-254-)
우리 속담에 '핑계없는 무덤 없다'가 있었다.이 속담이 의미하는 건,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 중에 공과 과 ,어느 한쪽도 핑계없이 살아갈 순 없었을 것이다. 악처로 소문난 역사적인 인물조차도, 패륜의 대명사 조선의 10대 임금 연산군, 15대 임금 광해군조차, 그 시대에는 자신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 있었을 것이며, 역사적 인물들의 억울함을 해결해 줄 때이다.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 그 시대의 역사적 진실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분명 그 과정에서 과오가 존재했을 듯 하다.역사는 언, 시점, 어느 한 과거에 쓰여졌지만 시대성을 가지고 있으며,시대에 따라서 공(공功)이 과(과過)가 될 수 있고, 과거 공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소설가 홍지화 님은 <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을 통해 ,그 시대에 우리가 느꼈던 역사적인 공적과 과오가 같이 소개하면, 역사속에 감춰진 비하인드,미스터리를 하나하나 고찰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조선 최고의 장군 이순신이 등장하며,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그 시대에, 선조임금과 원균, 징비록을 쓴 류성룡, 그리고 광해군을 같이 다루어야 한다. 판옥선 열두 척을 가지고 명량해전 신화를 썻던 이순신 장군의 그 당시의 심경을 안다면,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역사적 대업을 이루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광해군의 역사적인 과오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임진왜란을 수습하여,나라를 안정시켰지만, 이이첨의 꼬임으로 자신의 과거 더 드렁남으로, 연산군에 이어 군으로 남게 된 비운의 임금이다. 즉 광해군 하면, 연산군과 인조반정이 같이 언급되고 있으며,두 역사를 마주하며, 문제를 이해할 때, 그 안에서 숨겨진 역사적 문제인식을 알수 있다.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세상을 보는 암목,그가 주장했던 가치가 그 시대에 먹혀들지 못하고, 지금에서 재인식하게 되었던 역사적인 과정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 하나하나 들여다 본다면, 우리의 역사적 참다운 재미와 함께 할 수 있으며,우리에게 삶의 근본과 이치를 역사와 함께 논할 수 있다. 한편,이 책에 나오고 있지 않지만, 조선 최악의 패륜아 연산군과 조선의 기틀을 구축한 태조 이성계를 인터뷰한다면 꼭 물어볼 것이 있다. 또한 한국의 역사적 인물 뿐 아니라 피카소, 반고흐, 고갱과 같은 세계의 위인도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