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트리플 10
심너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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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영은 여섯 살부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만큼 아름다웠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그랗고 커다란 검은 눈은 티클 하나 없는 새하연 피부와 완벽한 대비를 이뤘다. 그의 굳게 앙다문 입술에 떠도는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9-)


그동안 한국과 닿은 유일한 끈은 권나영 뿐이었다. 도영은 나영이 자신에게 그 기쁜 소식을 가장 처음 전한 사자처럼 느껴져 특히 각별했다. 일로 치자면 , 나영도 나름대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 덕에 더 이름난 극단으로 옮겨 갈 수 있었다. (-31-)


"<서울살이> 말씀하시죠.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가는 한 조용한 사람의 일생을 어린 시절부터 중년기까지 쭉 훑는 시놉시스요." (-23-)


그는 도영을 질질 끌고 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는 못 하는 짓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도영은 미소지으면서 그를 따라갔다. 곧 커다란 홀의 가장 으슥한, 아무 조명도 닿지 않는 곳에 섰다. 역시 입맞춤이었다.익숙해진 듯하다고 언제나 새로운 그 느낌과 시트러스 향,언제나처럼 ,도영은 부드러운 나영의 입술과 살짝 긴장된 모의 대조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독특한 느낌이 좋았다. 나영이 그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62-)



나영이 도영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무대 쪽으로 사라졌다. 도영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현기증을 느낀 도영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마음 속에서 질문을 곱씹었다. 왜 나는 너를 내가 생각한 이상에 끼워 맞추고 당연히 그 이상대로 행동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지? (-65-)


단편 소설 <트리플>"은 세편의 단편소설이 연작으로 이어지고 있다.기존의 단편소설이 양으로 승부를 걸었다면, 소설 <트리플> 은 시리즈에 걸맞게 질로 승부를 보고 있었으며, 독자의 취향에 맞게 독특한 색감으로 표지를 채워나가고 있었다.자가는 이 소설에서 세 편<대리자들>,<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문명의 사도>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단편은 <대리자들>이다. 주인공 강도영은 눈이 맑은 아이, 사람들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독특함이 있다.이 소설에서 강도영에겐 절친 권나영이 있으며,둘은 묘한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친구의 메일 한 통, 그것은 <서울살이> 시놉시스였으며, 한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중년까지 삶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구성양식을 가지게 된다. 영화 <서울살이>는 주인공 강도영을 위한, 강도영에 의한 특별한ㅁ 영화다. 이 소설에서 영화, 그리고 배우라는 것에 대해 작가의 분명한 의도가 무엇이며, 이 소설이 왜 sf 소설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된다. 도영의 영화 촬영, 그리고 극단생활을 오래한 나영은 도영의 매니저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영을 자신의 아바타, 분신처럼 생각하고 있다. 즉 작가는 도영의 삶 전체에서, 나영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이 단편에 녹여내고 싶었을 것이다. 도영의 과거, 현재,미래를 영화속에 채우고 있으며, 거의 현실에 가까운 영화를 완성하고자 하였다.여성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 묘사. 제한된 인맥과 인간관계 속에서, 도영은 나영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으며, 현재의 시간을 뛰어넘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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