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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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가 있다. 사람들은 이 개를 '누렁이'라고 부르면서 호의를 베풀고 싶어한다. 미용을 시켜주려고도 하고, 화려한 과자를 주거나 같이 테니스를 치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개는 이들에게 호응하기는 커녕 한마디의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흙 웅덩이에서 장난이나 치고 , 낡은 뼈다귀를 뜯다가 햇빛 아래서 졸기도 하고, 혼자 즐겁게 놀 뿐이다. (-5-)


팔레스타인의 이러한 역사적 , 정치적 상황은 주마나 에밀 아무드의 작업을 새롭게 품은 열쇠가 된다. 빵 조각을 남겨서 집으로 가는 길을 표시하는 퍼포먼스는 빼앗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4-)


나는 돼지가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죽을 때에도 고통을 최대한 덜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과 비생명의 비극 앞에서, 누구도 더 이상 능률과 수익을 위한 바람이 아니다. 돼지와 같은 물을 마시며 같은 땅에 사는 당신과 나를 위한 소망이다. (-80-)


1981년 작품 <그리움>은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백조가 떠 있는 시골 풍경을 그린 것이다. 물레방아가 자리 잡은 전형적인 구도부터 파란 호수 위를 가짜처럼 떠 다니는 하얀 백조까지 이 그림은 당시 이발소에 걸려있을 법한 그림의 형식을 기꺼이 차용했다. (-117-)


둔촌주공아파트 부근을 지날 때마다 재개발 공사로 아파트 전체가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본다. 움푹 패어있을 아파트 터를 상상하면 마음 한편이 허전해진다. 인생의 작은 부분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조금 시큰하다. (-134-)


더 세게, 더 바르게만 달리려는 인간의 질주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 있다.스코틀랜드 출신의 미술작가 케이티 패터슨(katie Paterson ,1981~) 의 미래 도서관 은 노르웨이 숲에 천 그루의 묘목을 심고, 그 나무가 다 자라면 그것으로 책을 인쇄하여 출판하는 프로젝트다. 패터슨은 해마다 한 명의 작가를 초청해, 단어의 수나 글의 장르에 상관없이 글을 써줄 것을 요청하고 원고를 받는다. 그렇게 모은 원고는 나무가 자랄 때까지 공개하지 않고 , 보인해서 오슬로의 공공 도서관 한 켠에 보관한다. 현재 방문객들은 글의 내용을 읽을 수는 없고 , 제목과 작가 이름 정도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에는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다섯 번째 작가로 초대되어 글을 쓰고 원고를 전달하는 의식을 가졌다. (-165-)


모두가 별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변의 존재들이 한층 친밀하게 느껴진다. 케이티 패터슨이 죽은 별을 그린 이유도 그런 길고도 가까운 끌림에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랜 시간 동안 세계가 만들어지고 생명이 탄생하고 퍼져서, 서로 만나고 이어지는 길고도 느린 호홉이 경이롭다. (-171-)


이 관계는 너무나 긴밀해서, 하나가 쓰러지면, 나머지도 같이 줄줄이 넘어질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모두 무너지지 않으려면 서로의 손을 잡고 상대와 보조를 맞춰 걸어야만 한다. (-172-)


텍스트와 미술, 이 두가지는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중요한 미디어다.지금처럼 영상이라는 개념,비디오라는 개념이 없던 그 시절, 온전히 인류는 수천년동안 글과 그림으로서 , 모든 흔적을 기록해 왔고, 동굴 속 벽화마저도 우리에게 그 흔적이 상기하는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문득 ,현대미술에서 심미적인 요소 안에 채워야 하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공론화해 보게 되었으며, 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술은 인간의 문화, 철학, 가치관, 인간의 사유를 심미적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인간이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미술은 자연과 연결짓게 되고, 역사를 미술에 함축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미술은 때로는 과장되고, 정적인 측면과 동적인 측면을 동시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게 되며, 역사 속에 미술이 있다. 같은 빵이라도, 역사와 연결되면, 다른 관점으로 해석된다. 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그림에 반영되며, 그림을 보는 관찰자는 그 의도를 캐치해 내려는 애착을 가지고 있다.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속에서 미국 인디언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 삶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현재진행형이다.


미술과 사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지나치는 일상 속의 한 순간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흔적 에서 그 흔적이 우리 인간의 삶의 일부분을 임팩트 있게 반영하고, 인상적인 메시지, 그 상황을 인간의 사유에 넣으려는 의지가 미술과 결합하면 ,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정적인 미술 도화지에 동적인 변화, 역동성을 넣을 수 있는 격정의 순간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화가가 그린 위대한 그림 하나가,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과 관점이 다양할 때, 미술의 가치는 확장이 되며, 사람은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근본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박보나 미술 에세이는 미술이란 어떻게 인간의 삶과 생활에 개입하여야 하며, 때로는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동기가 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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