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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조문객 - 특별감식관_DNA 초상 기록 No.2035-01
이성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지금은 광역수사대 형사들과 과학수사팀이 신발을 신은 채 온 집을 헤집고 있었지만 원래 바닥과 가구는 깨끗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왠지 거기에 닿은 손길의 따뜻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운은 이 집을 청소한 사람은 틀림없이 집주인이 아니라 그에게 고용된 사람일것이라고 생각했다. (-16-)
"하, 너두 머리 복잡하겠지만 나도 막막학다. 피해자에게 원한읊 품은 피의자가 갑자기 수십 명으로 늘어났네."
그러자 도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어쩌면 이소명은 피해자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115-)
부짖히고서 계속 달려가던 도망자도 킥보드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도망자는 멈칫했지만 이미 킥보드는 아이에게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충돌 직전, 혜석이 몸을 던져 아이를 감싸 안았다. 킥보드와 운전자의 몸이 함께 앞으로 거꾸렂졌다. (-252-)
"아드님한테 그 노래를 들려중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상속재산을 전달하고자 한 겁니까?"
소명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285-)
사람이 살해 되었다. 잔인하고,끔찍스럽게, 그리고 발견된 그 시점에 알몸이었다. 치정살인으로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죽은 피해자는 동정받아 마땅하지만,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단 한 명의 조문객>에서 죽은 주인공은 결코 동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건 죽은 이가 30대 펀드매니저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산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의 배후를 찾아가기 위해서, 광역수사대 채도운 경감과 신혜식 경감이 직접 나서게 된다. 죽은 이의 주변 인물의 알리바이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했던 인물은 경찰의 수사 미흡으로 인해 체포되었지만 빠져 나가버렸고, 정작 죽은 이의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이 소설은 그래서 상당히 묘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죽은 이와 살아남은 이들의 시소게임, 분명 죽는 자는 피해자임에도 살아생전 가해자였다. 펀드매니저의 속성상 돈을 가지고 함정을 파고, 장난을 첬으며,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과 엮여 있는 고객 몫으로 남게 된다. 즉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출세욕이 사로잡힌 주인공이 그로 인해 스스로 죽음의 그림자가 되어, 무덤을 판 셈이며, 주변 사람들의 정황에 따르면, 죽지 않은 게 더 이상하다 말할 정도이다.
소설은 DNA,유전자 감식으로 범인을 찾아가는 데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피해자가 죽었냐이다. 잔인하고 ,끔찍하게 죽었지만, 동정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죽은 이, 그러한 모습은 자본에 최적화된 대한민국 사회가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으며, 돈의 노예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일상이 도드라지고 있었다.즉 돈의 노예에 빠져 있는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 어떤 범죄의 주인은 아니더라도, 돈의 함정에 빠져 자칫 주변인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