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창 아저씨라고 부르던 정복에 모자를 쓴 운전사가 하얀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캐비닛 손잡이 같이 생긴 레버를 무료하고 성의 없게 주물럭거렸다. 그것은 운전이라고 표현하기도 참 어색했다. 그 아저씬는 표를 받고 우리에게 탑승을 허락해주었다. 물론 정해진 선로 위로 정해진 속도로 달리니, 딱히 그가 할일은 없어 보였지만 그도 멋있어 보였다. (-18-)


우리에게 광장은 약간은 썰렁하고 허전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그런 빈 곳이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서구에서 들어온 원래의 개념, 즉 광장이라는 넓고 시끄럽고 민주적인 공간이 우리에게 맞는 곳으로 거듭나지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48-)


을미사변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 가운데는 외국인이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그 사건을 국제사회에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한 사람이 당시 왕실 시위대 부대장이던 러시아인 건축가 아파나시 세레딘 사바틴이다. 사바틴이 우리나라에 22년간 머무르면서 주로 러시아공사관, 중명전, 손탁호텔, 정관헌,독립문 등의 굵직한 건축물를 설계했다. (-107-)


만화가게도 있었고 솜틀집도 있었고 기름집도 있었고 문방구도 있었다. 또한 공터도 있어서 동네 아이들과 흙밭을 뒹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활발히 성장하면서 을지로 통도 매우 빠른 속도로 상업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결국 집들은 하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기계로 쇠를 깎아 여러 가지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메우기 시작했다. (-170-)


나는 지금도 입정동에 간다. 별다른 이유가 없이도 가고 일부러 이유나 목적을 만들어서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감정이 아주 원초적인 고향에 대한, 자신의 근본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172-)


서울은 선 중에서도 유독 직선으로 구획하고 썰어내고 잘라 올리면서 도시를 가다듬어왔다.길을 곧게 내고 자동차를 불러들이며 속도를 높이다 보니, 자전거, 유모차, 휠체어, 사람 등은 알아서 자동차의 속도에 방해가 되지 않는 길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다. (-216-)


세운상가를 허물고 그 일대를 재개발하는 명분으로, 역사적으로 있지도 않은 종묘에서 남산에 이르는 녹지축을 새로 만들면서 '복원'이라는 명분을 가져다 붙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 핵심은 녹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운상가 주변의 오래된 골목을 쓸어버리고 대규모 주상복합 시설을 세우는 것이었다. (-239-)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는 것, 그것이 건축이며, 공간이다. 공간에 건축을 새워서 공간의 목적을 만들어내고 ,공간에 역사적인 사건들을 해석하고자 한다. 인간의 근현대사 속에 여러 사건들은 어떤 공간과 시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엮여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은 우리 사회와 역사,정치,문화에 대해서 공간과 건축의 관점으로 햏석하고자 한다는 것이다.공간 안에 억지스러운 것, 낙은 것에 대해서 들추는 것, 그것이 내 삶의 근본이 되고, 내 삶의 기준이 되고 있다. 즉 이 책에서 임형남,노은주 부부는 건축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으며, 건축이 가져다 주는 심미적인 효과와 정서적인 효과를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였다. 기존의 도시의 틀을 형성해왔던 랜드마크 격인 건축물이 세월의 때를 타고 난 이후, 새로운 것으로 바뀌게 된다.그 과정에서 공간에 고향을 두고, 적을 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공간에 대한 탐닉, 스스로 공간의 전환, 공간의 자본주의화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세운상가, 낙원상가가 가져다 주는 정서적인 평온함, 도시 내에서 골목이 가지는 문화적인 혜택에 대해서, 공간에 대한 명분보다 이익을 중요시하고 , 그 과정에서 가치와 의미가 사라지고, 기존의 억지스러운 구조물이 사라지는 과정들, 도시재생이라는 목적성에 의해, 많은 것이 구획되고 있으며, 인간의 삶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었다.


전체 내용을 보시려면 
 ISO 국제인증전문기관 : 네이버카페(naver.com) 사이트 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