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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무거운 삶의 부따리를 지고 허겁지겁 차에 오르고 내리는 역이란 곳은 인연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였다. 세월의 기차에 오른 사람들은 얼마간 같이 가기도 하지만 어느 역에선가 인연이 다해 헤어진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 탄 기차는 아무래도 느리고 초라한 완행열차였나 보다. (-12-)


내 고향은 남쪽의 산골여행이다. 명절이 돌아오면 마치 성지순례처럼 고난의 길을 달려 고향에 도착할 때도 있었다. 고향은 그렇게 힘들게 오가는 여정을 통해 더욱 진한 색으로 채색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고향을 지키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고향의 느낌이 달라졌다. (-72-)


커다란 배낭에 두툼한 등산화, 긴 옷차림으로 까다로운 보안검색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면세점 거리에 섰을 때는 마치 옛 선비의 상징인 갓과 도포 차림으로 백화점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행기간 내내 나는 우직한 곰의 모습이었고, 친구들은 날렵하고 우아한 사슴이았다. (-141-)


결국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불쑥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다름 아닌 돈을 꾸어 달라고 했다. 아! 그 순간 나는 좌절과 함께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과거 내 돈을 가로채 잠적했던 친구가 뻔뻔스럽게 다시 나타나 사과 한 마디 없이 또 다른 돈을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불같은 화를 내면서 '너 같은 친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고 호통을 쳤어야 했다. 옆에 제3자인 친구가 있든 말든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냥 어물쩍 넘어간 것은 인내가 아니고 배려도 아니었다. 속으로 꾹꾹 눌러왔던 울화를 쏟아내는 것이 용서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187-)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사잇길, 우리가 잃어버린 그 길이었다. 서로 발 맞춰 가고 함께 손잡고 갔던 그 길에 대한 그림움이 우리 정서 속에 묻어나 있었다. 살다가 보면, 어느새 멀어지는 삶의 끝자락, 은퇴 앞에서, 머뭇거리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도시의 삶과 고향의 삶, 완행열차와 급행철차, 우리 앞에 놓여진 그 길이 우리 내의 인생길이 된다. 살아가고 , 함께 뜻과 마음을 도모하고 싶은 그 마음이 우리의 매년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미움도 그러하고, 사랑도 그러하다. 태어나서,어느 순간 때가 되면,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 우리의 먼지 같은 인생, 저자는 은퇴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싶은지 깊은 소회가 담겨지고 있었다. 길면 길다 말할 수 있는 인생길, 미워하는 그 벗조차도 , 기록을 남김으로서, 미움을 반 덜어낸다. 미움 속에 애증이 있었고, 미움 속에 사랑이 싹틀곤 한다. 미워 하면 미워할 수록 후회가 남는다는 걸 알건만 현실은 소소한 후회 속에 , 서운함이 깊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사이 사이에 서로를 배려하는 그 마음이 자아와 타자를 연결할 수 있으며, 인생의 동반자로서, 고향에 머물 수 있게 된다. 작가의 남은 인생이 아른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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