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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안자이가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루메 선생님은 그 전형이야."
"전형?"
"자신이 옳다고 믿어. 만사를 단정하고 , 자신의 의견을 모두에게 주입하려 하지. 일부러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서 반 아이들은 구루메 선생님의 생각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어. 왜, 구사카베가 놀림을 당하는 것도 구루메 선생님이 '촌스럽다' 는 꼬리표를 붙인 게 계기잖아." (-26-)
"칭찬해달라고?"
"저희 잔에 구사카베라는 남자애가 있는데요. 내일 야구 교실때 구사카베의 스윙을 보면 소질이 있다고 칭찬해주세요."
"그건." 선수는 말하면서 머리를 정리하는 것 같았다." 구사카베를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어요." 안자이는 모호하게 대답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구사카베를 위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내일 있을 야구 교실을 떠올렸다. 구사카베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구루메는 '잘하지 못한다' 고 느낀다.'역시 구사카베는 뭘 해도 글렀다' 고 재확인한다. 어쩌면 '구사카베의 폼은 엉망이야" 하고 실제로 말할 가능성도 있다. 그때 선수가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너 제법 소질이 있구나" 하고.
그러면 어떻게 될까. 선입관이 뒤집힐 것이다. (-56-)
안자이 아버지가 긴 징역형을 받아 사회에서 격리됐다는 사실은 꽤 나중에야 알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범인으로, 사망자도 나와서 한때는 매스컴에서도 크게 다루었다고 한다.그래서 안자이와 안자이 어머니는 이곳저곳 '전전하며 살았던 걸까.
"그러고 보니 성인식 때 만난 쓰치다가." 내가 이야기했다. "도쿄 번화가에서 안자이와 닮은 남자를 봤대. 안자이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6학년 때 전학생'이라고 그러더라." (-69-)
등록된 선수가 아닌 다른 아이가 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본격적으로 기록을 측정하거나 등수를 가리를 대회가 아니라 그냥 운동회니까, 다른 아이가 달렸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부타니 아야 혼자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에게 졌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리라. 선생님들에게 매열히 항의했고, 시부타니 아야의 엄마까지 와서 딸을 거들고 나섰다. 각 반의 총 득점을 보건대 , 우리 팀을 실격 처리해도 전체 승패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어달리기 순위를 조금 바꾼들 영향은 없었다. (-107-)
"상대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만큼 볼썽사나운 건 없어." 선생님이 또 이를 보이며 웃었다."상대가 약해서 힘이 통할 것 같을 때는 뺨을 때리지만, 상대가 강하거나 무서운 사람의 아이라면 뺨을 때리지 않는다. 그런 건 최악이고 위험해."
위험하다고? 그건 무슨 뜻일까.
"약해 보여서 강하게 나갔다고 치자. 하지만 그 사람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될지도 몰라. 동물의 세계라면 또 모르지만 인간의,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으니까. 인간의 힘은 근육과 몸집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거든. 언젠가 그 사람이 업무 상대나 손님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174-)
"아, 딱히 걔가 가엽다거나 사이좋게 지내는 게 미덕이라서 그러라는 건 아니야. 사실 인간은 누군가 곤경에 처한 걸 보고 즐거워하는 구석이 있거든. 예를 들어 자기랑 상관없는 곳에서 차가 밀리면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잖아? 운전을 안 하니까 모르려나. 어쨌든 남의 곤경에 빠뜨리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생기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야. 자기가 곤경에 처하면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도 끌고 들어가고 싶어지고, 남이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면 재미있으니까.다만 반대로 고작 그만한 이유로 왕따 같은 걸 해서 인생을 망치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지 않니? (-265-)
소설을 읽을 때면,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첫번째 부류는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주인공을 배치하고, 그 주인공의 관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스토리 안에 지혜를 내재한다. 두번째는, 소설에 스토리가 아닌 생각을 채우고,그 생각을 어필하기 위해서, 스토리를 빌릴 때가 있다. 스토리가 본질인 경우가 전자에 해당하면, 지혜 , 생각이 본질인 경우가 후자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히가시노 게이코는 스토리에 집중하며, 이사카고타로는 후자에 해당되며, 소설ㅇ의 특징과 구성이 다르다. 소설 <거꾸로 소크라테스>도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스토리, 구성, 주인공을 배치시키고 있다.
이사카 고타로는 <거꾸로 소크라테스>에 다섯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지며, <거꾸로 소크라테스>,<솔로하지 않다>,<비옵티머스>,<언스포츠맨라이크>,<거꾸로 워싱턴> 이다. 이 다섯 소설에는 초등학교와 초등학교 선생님, 그리고 초등학생이 등장한다. 학생이 등장하면,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골탕먹일까 생각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명언 <너 자신을 알라>에 대해서 거꾸로 생각하는 것, '모르는 것이 약이다' 에 적합한 소설이다.
첫번 째 단편 <거꾸로 소크라테스>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안자이며, 구루메 선생님이 등장한다. 구루메 선생님은 정답을 말하는 직업병이 있고,그것이 틀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안자이는 혐오하고, 구루메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당황스럽게 하거나, 골탕먹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매사 정답을 말하는 선생님이 자기 스스로 오답을 눈앞에 볼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안자이는 그 생각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 억지스러운 부탁을 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이 단편소설에서 또다른 스토리 장치로 일본 야구,야구 교실이 등장하고 있는 건 , 작가의 의도를 소설에 채우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구루메 선생님이며, 그는 공부에 있어서, 세상을 아는 것에 대해서,전문가이다. 반면 안자이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요령이나 꾀로 살아가는 소년이다.즉 만만해 보이는 소년 안자이가 성숙한 어른의 표상인 구루베 선생님을 골탕먹이는 과정에서 독자로서 가벼운 통쾌함을 느끼며, 간접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세상이 우리가 생가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걸 알 수 있다.나의 기준에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 최소한 적으로 만들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각각의 단편소설에 나오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 미성숙과 성숙으로 비교되는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왜곡되고, 모순과 위선으로 채워지는지 느끼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