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이야기 - 집고양이 릴리, 길고양이가 되다
윤성은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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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요. 의정부 미래 고등학교 교사에요. 원래 고양이를 많이 좋아하고 키우고 싶었는데 아빠랑 둘이 살 때는 아빠가 싫어하셨어요. 독립 한지 얼마 안 됐거든요. 

언니는 나를 다시 쳐다봤고,나는 본능적으로 먹돌이 쪽으로 한 번 고갯짓을 한 다음에 언니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어. (-14-)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어.꼬짤이는 , 아찬 ,나는 그 녀석을 꼬짤이라고 불러.나를 슬쩍 피해 계단 아래로 한 칸 내려간 뒤였고, 나는 너무 세계 뛰어가는 바람에 앞집 현관문에 머리를 박고 튕겨 나와 발라당 뒤집혔지 뭐야. (-43-)


꼬짤이의 그루밍 외에도 아파트 풀 냄새,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집에 갇혀서는 볼 수 없었던 노을 같은 것도 아파트 옥상에서 볼 수 있었지. 날씨가 따뜻하고 햇빛이 좋은 날에는 보도블럭 같은 데 배를 깔고 앉아 일광욕을 즐기기도 했어. 활동 영역이 넓어지니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더라구. (-89-)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은 고등어는 좀 까칠한 구석이 있지만 똘똘하고 꼼꼼해서 꼬짤이에게 큰 힘이 되었지. 눈은 한족밖에 안 보이지만 우리 중에서 냄새가 제일 잘 맡고 소리에도 제일 민감하거든. 나처럼 길바닥 생활을 안 해 본 고야이는 똑똑한 척해도 사실 허당이라 고등어에게 잔소리도 참 많이 들었어. 그래도 그게 밉지 않고 고마웠단다. 길고양이로 살아남으려면 정말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하거든. (-103-)


한 권의 책에는 사랑이 있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작가의 시선으로 ,관찰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저자에게 고양이는 자신의 삶의 중요한 이미지였으며, 함께 해야 하는 이유였다. 무서워하는 개에 비해서, 혼자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고양이만의 매력이 그대로 느껴진다.소설의 주인공은 고양이 릴리다. 의정부 미래고등학교 선생님 사랑언니가 입양한 고양이 릴리는 '백합'을 뜻하고 있다. 꼬삼이었던 릴리가 사랑언니 품으로 들어오면서, 귀여운 이름을 지닌 릴리가 되어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정겨우면서, 수채화처럼 , 눈앞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듯 ,텍스트 사이 사이에 관찰과 묘사로 채워지게 된다. 즉 주인공 릴리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작가의 시선으로 옮겨지면서, 상상하게 되고, 웃게 되고, 울게 된다. 고양이 릴리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다.


집고양이였던 릴리가 길고양이 꼬질이를 보게 된다. 순간 당황스러운 몸짓으로, 창피스러움과 부끄러웟던 순간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꼬찔이 앞에서,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사랑언니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 감정에 대해서,고양이도 느끼고, 생각하고, 이해하게 된다. 다만 말로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손을 탄 집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보이면, 친근함을 보여주고, 길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있으면 경계하거나 조심스러워 하면서,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고양이의 행동 하나 하나에 직감적으로 눈치를 채게 된다.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고양이가 나를 경계하면, 길고양이로 생각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호기심을 느끼면, 그 고양이가 집에서 나와 길고양이로 가는 전 단계로 보고, 혹시나 고양이 주인이 없지 않을까 살펴보게 되다. 릴리가 집고양이에서 길고양이가 되는 그 과정이 너무 공감이 갔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구에게나 상처받게 되고, 아픔을 느끼는 것,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번 더 꼽씹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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