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국가
유희숙 지음 / 재도전사관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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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원의 부가세 중 2억 2천만원을 납부하고 8천 만원을 납부 못한 채 얼마가 지나자 대주주였던 내게 넘어온 2차 납세 의무로 인해 나는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8천 만원은 중가산세가 붙어 2억 2천만원까지 불어났으며, 세금 체납이 있을 때는 신용회복이나 회생 파산, 면책 중 어느 것 하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세금 체납으로 신용불량이 되자 모든 은행 거래와 신용카드가 사용 중지되었고, 자금 융통이 꽉 막혀버린 나는 2003년 결국 부도가 나게 되면서 영화계를 떠나게 되었다. (-25-)


아침 일찍부터 촬영이라 하루 전 촬영장 호텔 근처 모텔에 주요 스태프들의 방을 잡았다. 그때 집이 일산이었던 나도 모텔에 숙박하게 되었는데 몇 천만원의 수표를 가지고 있는 게 불안했다. 숨길 곳을 찾다가 아궁이처럼 속이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검은 비닐에 싼 수표를 그 안에 넣고 입구를 의자로 막았다.

잡을 설치다 늦게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촬영 시간이 임박했다."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촬영장인 호텔로 갔다. 내리면서 택시비를 지급하러고 지갑을 꺼낸 순간,"아뿔싸" 그때서야 모텔 방안에 몰레 넣어둔 수표를 그냥 두고 온 게 생각났다. (-118-)


2001년 칸영화제로 떠나기 전날, 서강대 연구실로 안부 전화를 했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날따라 가라앉은 배 감독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난 '출장 갔다 와서 인사하러 가리라' 편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그 무렵 학교에 사표를 낸 배 감독은 그 후 2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의 핸드폰 번호를 몰랐으며 그의 야후 계정 이메일 주소와 사서함 주소 밖에 아는 게 없었다. 이메일도 어디선가 해킹이 되어 계속 반송이 되어 왔고 사서함 주소는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한국 야후 계정도 문을 닫았다. (-190-)


내 신용등급이 정상화되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부업체들이 들불같이 채무불이행등재신청 소송을 걸어왔다. 압류정도만 걸어와도 오히려 드러난 채권을 반가워하면서 상환금액을 협의할 수 있는데, 신용이 정상화된 상태에서 다시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해 신용불량을 만들겠다는 건 사람을 죽이겠다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통 원금이 몇 백이면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280-)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폐업을 하게 된 어느 대표. 자신 앞으로 되어 있던 종가 묘 재산 가치 때문에 종가 묘를 팔수도 없고, 회생도 파산도 하지 못해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일하고 있다.통장 압류 상태를 해제하거나 새로운 압류를 방지할 수 없어서 통장으로 급여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지정 식품 명인이었던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명인 인증을 반납하고자 하였지만 명인 인증은 국가에 반납이 되지 않아, 명인 인증시 지자체 지원으로 설립한 공장을 팔수도 없어 부모님의 빚만 물려받게 된 사례도 있다. (-375-)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 프레임으로 바라보면 그 실체가 정확하게 보이지 않고 기득권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로 구분하여 현상을 들여다보면 온갖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이 갑자기 정돈되며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라는 문장은 너무 뼛속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420-)


인간의 삶은 참 오묘하다. 처음 시작했던 일이 그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가 있고, 여러 차례 일을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시작한 일이 다음 일의 원인이 되고, 세번 째 일의 시작의 원인은 두번째 일이 되는 케이스다. 첫번째 일이 두번째 일이 되고, 두 번째 일이 세번째 일이 된다. 저자 유희숙님은 처음 영화 담당 잡지사 기자로 출발하고, 두번 째는 영화 제작사로 ,세번째 사단법인 한국재도전 중소기업협회장을 맡게 되면서, 자신이 살아온 경험와 인생을 교두보로 삼아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만들게 된다.


첫 영화 <채널 식스나인>을 제작한 경험으로, 영화 <블랙 잭>,<파란대문>,<노랑머리>,<하얀방>을 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영화 제작자로 쫄딱 망하게 되는데, 그 과저에서 채무불이행자로 남게 된다. 통장을 발급하지 못하고, 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신용불량자로 남게 되니, 자신의 상황이 암울하게 변하게 된다. 사업이 처음 망했지만, 남아있는 빚은 채권으로 남게 된다. 신용등급이 급강화된 상태에서 통장 압류가 들어가 버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저자는 상당히 억울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단, 금융기득권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 연대보증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을 이용하는 모순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못하였다.쉽게 갈 수 있었던 길이,돌고 돌아서, 영화제적은 접었고,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된 이유,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서,재기에 몸부림치는 이들의 인권을 위해 사단법인을 만들게 된다. 스스로 노력하고, 신용불량자에서 탈출하는 것, 일반인처럼 통장을 개설하는 것에 대해서, 애를 쓰고 있으며, 현재의 법이 저자와 같은 600만 채무불이행자들이 새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박아놓은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 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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