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인치의 세계에서 사랑을 했다 - JM북스
키나 치렌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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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는 다다미 여덟장 넓이의 방이 하나코의 방이다. 방에는 오래된 책상, 소설이나 만화책이 천 권 정도 가득 꽂힌 책장과 붙박이 옷장, 증조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침대만이 놓여 있다. 


하지만 하나코는 지금은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렌이 보내주는 메시지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이 방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나코는 다시 한 번 flower story 를 열어 메시지 항목을 터치했다. (-128-)


이 빨간 원피스의 수수한 얼굴, 아무리 햇볕에 그을려도 빨개지기는 커녕 하얀 피부, 그리고 하나코라는 이름이 학교의 7대 불가사의인 화장실의 하나코 양과 보기 좋게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금방 눈치챘다. (-198-)


다음으로 하나코의 의식을 놓은 것은 그날이다. 고등하교 졸업식에 돌아오는 길.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하나코는 같은 반인 치바라는 남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치바는 순정만화에 나올 것 같은 밝고 상쾌한 남자애였다. (-276-)


있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하나코, 하나코는 희망 속에서 살아야만 해. 좋아하는 렌과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해야 해. 나는 그걸 위해 태어난 거야.
"뭔데?" (-298-)


하나코는 줄곧 단정 짓고 있었다. 자신은 수수하고 촌스러워서 유령 같다고.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 아무도 자신을 좋아해 줄 이가 없다고. (-327-)


소설 <4.7인치의 세계에서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은 하나코와 렌이다. 하나코는 카코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수줍음 없는 22살 소녀이다. 렌은 특별한 이름을 가진 편의점 알바생이며, 하나코와 렌이 만나는 공간은 4.7 인치의 스마트폰 안, flower story 앱 공간이다. 히키코모리, 방에 갇혀 버린 은둔형 외톨이였던 하나코는 자신의 집 방 안에 갇혀서 자신의 자아를 왜곡하며 지내고 있다. 1000권의 책과 증조할머니가 물려준 유품들 속에 갇혀 있지만, 하나코는 불행하지 않았다. 단지 2년 동안 자신이 밖에 나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고, 혼자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며 사는 것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된다. 하나코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어머니가 딸 하나코를 이해하고, 하나코의 행동에 대해 나무라지 않아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렌, 렌과 하나코는 flower story  에서 카코와 렌으로 만나게 된다. 서로 의도된 만남이 아닌, 앱 공간에서 앱 알고리즘에 따라서 랜덤으로 만나게 된 서로의 가상의 짝인 셈이다. 아버지가 없는 하나코, 엄마가 없는 렌,이 둘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내면속 열등감이 서로에게 보완하고 위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다. 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춰보고 있으며, 하루키도 자신의 존재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 채, 좁은 공간에 갖히게 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편한 현대인들의 전형적인 모습,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하나코는 하얀 얼굴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순정만ㅇ화 속 소녀의 모습이지만, 자기 스스로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코와 같은 아이는 내 주변 현실에도 있다. SNS 에서 이쁘다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면 속 열등감과 트라우마가 스스로 가두어 버린채,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를 닫아버리기 때문이다.오로지 좁은 방안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평온이며,나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렌과 하나코가 서로 만남을 가지면서 해소될 수 있었다.서로의 행복을 기원해 주고, 내면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렌과 하나코를 이어주는 사랑이자 로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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