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장해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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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쳐. 몸살 나서 드러누울 정도로 미련하게 하지 말랬잔아.왜 엄마는 엄마 몸을 혹사 못해서 안달이야?
나의 볼멘소리에 엄마가 조금 뚱하게 대꾸한다.
"그렇게 걱정되면 말만 하지 말고 내려와서 거들든가. 네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져?"

우리 엄마 수고했다고 ,올해도 엄마 덕분에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당행인지 모른다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이렇게 말을 해주었다면,하지만 나의 마음과 말은 언제나 다르게 반응하고야 만다. (-5-)


물론 엄마는 이따금 나와 싸우거나 의견 충돌을 빚을 때면, 다 큰 성인이 아니라 고집 센 딸이라며 흘겨보기도 하지만,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그 시절을 지날 때, 어마가 기다려주지 않았더라면 , 혹은 매번 다그치고 화를 내고 나를 혼냈더라면 ,나는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물론 우리 엄마의 방법이 무조건 맞는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식마다, 또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성격과 성향이 다르기에 그에 맞는 방법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 (-31-)


"가끔은 엄마도 할머니 때문에 속 터질 때 있으면서!"

할머니는 연로해지면서 이따금 으름장도 놓고 고집도 부리고 안 하던 행동들이 자꾸 하나둘 늘어간다. 그리고 할머니의 이런 돌발 행동에 장단을 잘 맞추던 엄마 역시 한번씩 터질 때가 있으니까. 반대로 나는 어마의 으름장을 받아준 적이 별로 없다. 썩 착한 딸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60-)


"내가 딸은 처음이라 그런데, 엄마는 할머니한테 어떤 딸이었어?"

담뱃값에서 담배를 뺑터 물던 엄마의 손이 멈칫, 갑작스러운 나의 물음에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글쎄, 생각해 보면 지금이랑은 완전 딴판이었지."(-109-)


누나도 엄마랑 똑같다는 말이 주는 의미. 어마가 이 말에 발끈해서 화가 났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혹시나 내 딸이 , 스스로도 정말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닮을까 우려되는 마음, 그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 밉게 보일지도 몰라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 엄마뿐 아니라 누구도 자기 자신의 싫은 모습이 있다. 그런데 이걸 내 자식이 똑같이 할 때,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들킨 것 같았던 게 아니었을까. (-135-)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들 편을 들겠나.이런 이치로 보자면 엄마의 '중립'이라는 말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영 찜찜하고 탐탁치 않아 뜨뜻미지근한 이 기분."엄마는 아들 편"이라며 대놓고 편드는 말보다 더 짜증이 나고 신경질 나는 이 마음. (-173-)


딸내미가 모르면 누가 아느냐는 엄마의 말에는 그런게 담겨 있는게 아닐까. 그냥 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뭐하나라도 다른 사람보다는 내 딸이 말해주는 게 더 기쁘고 , 엄마보다 아는 게 더 많아진 딸의 모습에 내심 뿌듯한 마음. 
엄마의 이런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불쑥 물어오는 사소한 질문하나에도 또다시 긴장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196-)


'도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지?'


처음 있는 아니었다.할머니와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 되었던 것은,그리고 며칠 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엄마의 기운 빶딘 목소리에 눈치 999단 할머니가 왜 그러내고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엄마가 나와의 트러블을 털어놓게 되었다는 걸.
처음에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엄마와 딸이 좀 싸울 수도 있지, 극게 왜 내 전화까지 피할 이유가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금 알게 되었다.'피한' 게 아니라 '거부' 였다는 걸.
하루 이틀쯤 지나, 다시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할머니.
"유여사, 아직도 화났어.....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할머니가 그랬다. 도대체 왜 내 딸을 아프게 하느냐고, 네 엄마이기 전에 내 딸이라고, 할머니가 화가 난 이유였다.

내 딸을 건드린 것에 대한 엄마의 마음.

"할머니 내가 잘못했어......다시는 안 그럴께....."
나의 고해성사에 할머니는 그간 쌓인 것까지 한 번에 일침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체 네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고, 또 그 잘난 네가 누구한테서 나왔느냐고, 그런 엄마에 대한 고마움도 없고 사랑도 없는 그런 불효막심한 손주라면 더 볼 것도 없다고..(-228-)


할머니, 엄마, 딸, 3대를 이어지는 그 삶이 보여지는 책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이다. 이 책에는 딸이 엄마에게 무심코 던질 말이 , 농담이 상처가 되는 경우,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살가운 딸이 되지 못해서, 딸의 말 한 마디마디가 엄마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이후 딸은 또다른 상처를 남기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엄마의 아픔이 불씨가 되어, 할머니의 분노와 화로 이어질 때이다. 살갑지 못한 딸이, 엄마에게 친절하지 못하고,그 친절하지 못한 손녀를 본 할머니는 손녀에게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딸에게는 엄마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엄마가 자신의 몸으로 낳은 소중한 딸이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것은, 이해라는 것은 이렇게 서로 상호연결되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안에 사랑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보면, 당연한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쓰는 말이 당연하지 않고, 내가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며, 나에게 주어진 삶이 당연하지 않듯,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용서해야 하는 이유,그 모든 것이 결국 후회의 불씨가 된다는 걸 손녀가 쓰고, 딸이 쓰고, 엄마가 쓰고, 할머니가 쓰는 우리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서, 작가 장해주의 <오늘도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앗다>에 그대로 담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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