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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괜찮아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평점 :


"뭐?"
"누가 뭐 달라고 하면 고분고분 다 내주고, 누가 뭐 해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다해줘서 나도 한 번 그래본 거야. 얼마나 호구인지 보려고." (-48-)
대체 왜 기다렸던 거야?
해가 저물어갔다. 멍하니 내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그 여으로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임채웅이 놀란 얼굴로 앞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날 왜 기다렸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 애의 얼굴을 보자.이유를 알 것만 갔았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기다리고 싶었던 것이다. (-127-)
근데 왜 낯이 익을까.
지나가려는데 담임이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그 때문에 남자애가 나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 머릿속을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면서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백인우.
나는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한번 얼굴을 확인했ㄷ아. (-182-)
"김초희가 이해가 안 돼서. 내 아빠 때문에 가족이 죽었는데도 나한테 별다른 감정이 없잖아. 근데 넌 아니잖아."
아니라고 대답해야 했지만 그 단어가 목 끝에 결려 나오지 않았다.
백인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이해해, 생각해봤거든.내가 만약에 김초희나 너 둘 중 한사람이었다면 난 나를 어떻게 대해쓸지...."
"어떻게 대할 건데?" (-223-)
"만약에 언니가 다시 태어나면 아주 나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상처 주는 사람은 무시하고. 그래서 다시 아빠랑 나를 만나면 둘 다 죽을 때까지 괴롭혔으면 좋겠어."
임채웅이 내 어깨를 토닥였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온갖 기억이 다 꺼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말했다. (-271-)
사람은 태어나면서 나쁜 사람이 아니고, 악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 상황이 ,필연과 우연에 의해서, 선한 사람이 악해질 수 있고,악한 사람이 선해질 수 있다. 사람에 의해서 우리는 우연적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과정에서 가치관이 바뀌고,세계관에 변형이 오게 된다.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소설 <네가 있어서 괜찮아>에 채워 나가고 있었다.
소설 <네가 있어서 괜찮아>에는 주인공 김초희와 임채웅이 있다. 김초희는 학교 안에서 가까운 사람을 등쳐 먹고 사는 소녀이다. 그 대상이 같은 반 또래 임채웅이다. 채웅의 휴대폰을 빌려 달라하고 여자화장실에 쏙 들어가고는 돌려주지 않는 김초희, 돈을 빌리고, 돈을 돌려주지 않은 초희는 학교내에서 악질 중의 잘질로 손꼽히고 있고, 초희의 호구로서 채웅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 꽃뱀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면, 초희는 딱 꽃뱀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런 초희에 대해서 채웅은 밉지 않았다. 초희를 걱정하고 있으며, 초희의 앞날을 걱정한다. 초희가 처음부터 나쁜 소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초희의 뒷모습, 초희의 상처와 불행의 늪을 채웅은 본 것이다. 채웅보다 더 불쌍한 아이는 초희였다. 그런 채웅에게 있어서, 초희의 역할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 내면에 숨겨진 초희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주변에는 초희와 같은 아이가 있고,채웅과 같은 아이도 함께 하고 있다. 사회는 초희를 격리하고, 채웅을 불쌍한 존재로 바라본다. 하지만 실제는 정반대이다. 사람마다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다양한 모습들 속에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공감과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 정녕 가능한 걸까,꼽씹어보게 되는 소설이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