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서서히.변한다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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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아주 싹싹하네. 첫날부터 청소도 싹 해놓고 말이야.'
그렇게 시작한 첫 직장에서 나오기 직전에는 상무님 자리와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커피 심부름을 했다. 그때 나의 직급은 과장 말년 차였다. 상무님은 사원,대리급 젊은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기엔 뭔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자신과 동년배인 기성세대들에게 시키기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자리도 제일 가깝고 이런 일을 시켜도 마음이 상대적으로 덜 불편한 나에게 부탁하신 거라고 생각한다. 상무님의 손님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자동으로 벌떡 일어나서 커피를 인원수에 맞게 준비해서 가져다드렸다. (-20-)



문제는 말이다. 가족, 친화란 이 착하고 포근한 단어들이 쳐 놓은 덫으로 인해,우리는 불편한 말들과 도 넘는 행위롸 예의없는 상황을 보고 듣고도 뜬눈으로 그저 꿀꺽 삼킬 때가 있다는 거다. 사실 내 경우는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이 되어 버렸다. (-87-)


남편없이 홀로 아이 셋을 키워야 했던 후배의 아내는 점점 힘이 들었다.주말마다 내려가는 후배에게 짜증을 내고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후배가 주말 동안 아내를 쉬게하려고 아이 셋을 돌보고 가사일을 도맡아 해도 아내의 힘듦을 나누어 짊어지기엔 역부족이었다.아내는 후배에게 주말에만 잠깐 와서 일하는 척한다고 그 노고를 무시했고 후배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내에게 점점 실망감이 늘어갔다. (-141-)


얼마전 갑작스러운 엄마의 수술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나이가 40세 넘으면 미리 죽어가는 보따리를 준비하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자. 더 나를 들여다보자. 어쩌면 시간이 없을 수 도 있다' 읊조리면서 말이다. (-194-)


단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고 판단 능력이 일정하길 원할 뿐이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닥쳐도 늘 일관성 있는 결정을 할 것이고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도 그에 맞춰 일할 수 있으니 조직 내 암묵적인 룰이 생기는 거다. 룰이 있다는 건 제약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룰만 만족하면 큰 문제는 안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246-)


한 집에 세 자녀를 키우는 집이 있다면, 부모들은 대체적으로 두번째 자녀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을 시키기엔 첫째에게 주는 것이 부담스럽고, 막내에게 일을 시키기엔 조심스럽다. 그래서 가장 만만한 둘째에게 일을 시키고, 눈치껏 일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집안의 일꾼으로 둘째가 많고, 가장 힘든 일도 착착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은 이들이 둘째에 해당된다. 회사에서도 둘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을 이 책에는 낀 세대라 하고 있으며, 1979년,1980년, 1981년에 태어난 이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있다.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계를 동시에 잡한 그들이 바로 직장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상사의 입장으로 보면 개인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보다는 저자처럼 X세대에 해당되는 181년생 낀세대에게 자질부레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며, 다리에 있어서 연골에 해당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낀 세대들은 짐이 많은 편이다. 저자처럼 반자율 딩크족이 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이 놓여지게 된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서 결혼을 했지만, 경제적인 부담으로 아이를 가지지 않는 반자율적 딩크족에게 쥐어진 짐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40대 여성 직장인 들은 유난히 직업병과 만성질환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허리 통증, 생리불순, 눈치와 스트레스 속에서 상사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팀원을 통솔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처럼 눔직여야 하기 때문에, 만능을 요구하는 동시에 완벽과 강방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과 위로 뿐만 아니라 이해와 지지,응원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고,우리 사회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낀 세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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