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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마요
김성대 지음 / &(앤드) / 2021년 11월
평점 :
너를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내게는 네가 미확인이었다. 그 저녁은 왜일지, 무엇 때문일지. 그 저녁을 떠올리려는 시도는 계속 미확인이 되어가고 있었다.나는 계속 그 저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날 저녁은 두부를 먹었다. 별다른 게 없었다. 우리는 두부를 자주 억었으니까. 두부로 할 수 있는 음식을. 뭐 하나 다를 게 없는 저녁이었다. 너도 별다른 게 없었다. 표정이 없었나? 말수가 적었나? 드러나게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았다. (-15-)
바람이 분다. 너의 얼굴에 닿은 바람이 부서진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감긴다.
드론이 너를 포위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돌았다. 알려지지 않은 신종이었다. (-51-)
기다럈다. 나의 죽음을.내 눈을 바라보면서.마지막 눈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충혈되었다.실핏줄이 몰려드는 거 같이. 거울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핏빛이었다. 관자놀이가 터질 거 같았다.
숨죽이고 나의 유언을 들었다. 유언은 없었다. 고요를 깨고 싶지 않았다. 아무 밀도 남기지 않길 빌었다. 아무 것도 빌지 않길. (-118-)
어느 눈을 가져가야 할지 몰랐다. 뒤돌아보는 눈을 자져가야 했다.뒤돌아보면 마주치는 얼굴을.거울 속에서 기울고 있는.마주쳐도 몰랐다. 마주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눈을 두고 갈 거 같았다. 거울 속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166-)
두 개였다. 머물고 나서야 두 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데 모이고 나서야.아무도 두 개라는 걸 몰랐다. 두 곳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줄 알았지. 순간적으로 사라지면서. 다음 순간을 알 수 없이.
두 개의 나란한 알이었다. 숨 막히는 대칭을 이루고 있는 숨 막히는 속도로 회전하면서 ,쌍둥이 같았다. 서로의 회전을 이끌고 있는 거 같았다. (-202-)
대화를 시작한다. 인간과 지구의 미래가 달렸다.이제 만나겠다.
외계 비행체로부터 새 메시지가 전송된다. 노트북 화면에 메시지가 뜬다. (-218-)
시인이 쓴 첫 번제 소설, 출세작 <키스마요>다. 이 소설은 여느 소설과 다른 통념에서 벗어난 SF 소설이다. 시인의 내면속 시적인 상이 소설에 투영된다면, 어떤 가치와 텍스트로 연결될 것인지 , 느껴보고, 성찰하고, 통섭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인류의 마지막 종말로 향하는 그 끝자락에 서 있었다.소행성이 지구를 지날 것이며, 미확인 비행물체 UFO 가 키스마요 해변 위에 출몰할 예정이다. 그 이전에 인류와 지구 위에 살아가는 인간은 서서히 삶을 망각하게 되고, 종말을 감지하게 된다. 불확실한 삶, 미확인된 인생, 그 안에서 각자 객체의 존재 가치를 논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았다. 시인은 이 종말론적 사유를 느끼게 하는 소설에서 , 인간의 삶의 마지막을 , 자살을 염두에 두는 종말론적 상상력을 상상하면서 쓰고 있었다.
지금 인류가 외계지적생명체탐사로 추진하는 SETI 프로젝트는 지구에서 외계로 다양하게 신호를 보내는 우주탐사 프로젝트다. 지구를 떠나 태양계 저너머 ,명왕성을 지나 오르트 구름을 향하는 그 우주선에는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물건을 잔뜩 싣고 떠났다.지구는 이외에 외계에 신호를 보내, 외계인이 그 신호를 읽기를 밮라고 있다. 역으로 이 소설은 그 반대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이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 때, 그 신호를 우리가 읽고 해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쓰여졌다. 일말의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있다면, 외계의 고등 생명체가 지구로 날리는 신호를 감지하고,해석할 수 있다면,지구인의 입장으로 볼 때, 반가움이나 호기심이 아닌 두려움과 공포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실제 그들이 우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로 인해 충분히 공포심리를 느낄 수 있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침묵과 두려움과 공포,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껴야 하고,지구의 마지막 그 순간에 어떤것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