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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ㅣ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오디오북) 1
권혁란 지음, 석미라 외 낭독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평점 :
이렇게나 저렇게나 보아도 왠지 짠하고 민방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거기에 더해 무던이의 침대를 모두 옛 버릇대로 공용소파처럼 이용했다.무던이가 누워 있으면 아빠나 미륵이가 무시로 비집고 들어가 한데 뭉개곤 했다. 싱글 침대에 같이 비투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끼여 누워 있다가 슬쩍 잠들기도 했는데 사람이 아무리 별명처럼 무던해도 그렇지, 사람 성격이 이래도 되나 싶게 무던이는 아무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35-)
이 세상 어디에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존재'의 관계는 없다. 그것을 일찍이 알게 된 2, 30대의 여자들이 그래서 작가에게 이런 부탁 아닌 부탁까지 했을 것이다.'우리 아빠 보여주게 단행본으로 만들어주세요. 고부갈등은 둘만의 문제닊따 둘이 알앗허 하라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에 제일 큰 가해자는 아빠거든요. 무구영보다 더 극악무도하고 뭐가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1일 1비혼! 다짐 중.이 만화보다 현실이 더 심해요.' (-99-)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무시를 당하면 적의로 바꾸어 여자를 죽이고 있고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죽임을 당하거나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현ㄴ재는 한 사건을 잊을 새도 없이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들을 수 있다. (-192-)
SNS에 비키니 수영복 입은 사진이나 찍어 올리고 '맛집'이나 찾아다니면서 해외여행 자랑하는 여자, 겁도 없이 유럽을 돌아다니며 서양 사람들이랑 자랑하는 여자, 겁도 없이 유럽을 돌아다니며 서양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쪼그맣고 어린 여자. 남편이랑 애 밥도 안 차리고 살림도 팽개치고 외국이나 돌아다니는 정신 빠진 여자라는 ,삐뚤어진 남자들의 시선과 판단을 받으며 세 여자가 한 집에서 짬짬이 살고 있다. (-258-)
작가 권혁란님은 딸로서, 60년, 엄마로, 아내로 30년을 살고 있다. 딸 무던이와 미륵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을 가출생활자라 지칭하고 있으며,두 딸을 독립불능자라 말하고 있었다. 1990년대생 두 딸과 함께 살아온 그 삶에서 비혼주의자 두딸의 일상을 이해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베이비붐 세대인 저자는 두 딸의 선택을 말리지 않는다. 각자 독립된 삶과 인생을 추구하면서,우리 사회가 만든 너무 당연한 일상과 가치들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시선이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된 라이프스타일, 결혼과 출산, 그리고 나이가 들어 죽음으로 나아가는 길, 그 라이프 스타일 저변에 깔려 있는 족쇄와 편견을 걷어내야만 내 삶을 완성할 수 있다. 즉 이 책은 내 삶을 오롯히 세워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걸 재인식시켜 주고 있으며, 남녀 간에 최소한의 기본 권리와 배려와 존중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서로에게 주어진 삶이 사회가 만든 족쇄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페미니즘의 근본이며, 건강한 사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