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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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을 잔 에뷔테른을 상상하며 나 또한 남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한때는 상실감으로 나를 놓아버렸던 순간도 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삶과 죽음의 진리를 생각하기에 이른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되는 변화일 뿐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42-)


인생의 굴곡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렘브란트의 파산이 씁쓸한 이유는 최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이후에는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삶의 겸손함을 알았다면 화가는 자신의 안정된 삶을 지킬 수 있었을까? (-120-)


160일간의 혼행을 돌아보며 잘해낸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 예술가들의 숨결을 위한 경로는 예술의 세계에 목말라 있던 내게 단비를 내려주는 '신의 한수'였다. 이제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될 예술가들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푼다. (-131-)


그러나 내게 일화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영웅으로 미화하여 다시 바꿔주기를 바랐던 칼레 시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진실된 모습을 담아내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던 로댕이 빚어낸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 이미 감동했기 때문이다. (-174-)


아티스트 미하일 드로구노프가 푸시킨의 생애를 들려준 후 미하일 레르몬토프가 23세 때 푸시킨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기 <시인의 죽음>에 낭송했다.
"시인의 마음은 / 사소한 치욕조차 용인할 수 없었으니 /그는 홀로 / 세상의 입방아에 맞서 죽임을 당하였다!"
시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당시 귀족사회와 권력층에 있다고 노래한 레르몬토프의 용기를 진지하게 낭송하는 아티스트의 연기에 몰입되었ㄷ가. (-226-)


화가가 평생 열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희망이었다. 화가가 탄생시킨 희망의 길을 따라 걸어갈 생각에 나의 심장은 이미 부풀어 있었다. 하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 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여 평생을 바쳐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빈센트 반 고흐야 말로 어쩌면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145-)


남편의 죽음은 변화와 전환점을 요구하게 된다. 900일의 시간 동안 31개 나라와 160개 도시를 지나왔으며, 인도를 지나,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삶의 근본, 머리로 이해하는 겸손과 열정이 아닌 몸으로 이해하는 겸송과 열정이었다. 안온하고, 위안을 얻고 싶었던 건, 남편의 죽음으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삶의 방편이었다. 삶의 시작에서 삶의 죽음까지,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과거의 예술가의 삶을 기록하고 있었다. 비참한 삶, 불행한 삶을 살았던 반고흐조차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와 삶에 대한 해석, 인생의 가치를 스스로 검증해 나가고,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푸시킨이 남겨 놓은 삶은 우리에게 어떻게 가슴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최고의 삶을 살았던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삶의 전성기와 파산, 그 삶이 자신의 삶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작가 스스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내 삶에 겸손이 필요한 이유는 내 삶을 나 자신이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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