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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평점 :






아쉽게도 그날의 가출은 한 시간도 안 되어 끝이 났다. 옆집 친한 아주머니가 놀이터로 왔기 때문이다. (내가 집을 나오자마자 엄마는 바로 옆집을 찾아가 부탁했던 것 같다. 딸 좀 따라가서 지켜봐 달라고.)
아주머니는 내 손을 꼭 잡더니,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이끌었다. 먹고 싶은 걸 고르라 하시길래 나는 계획(?) 대로 새우깡이랑 물을 골랐다. (-19-)
그러다 나온 이메일, 혁신 그 자체였다. 키보드만 칠 줄 알면 금방 글자를 입력할 수 있었고, 쓰다가 틀리더라도 손쉽게 수정해서 보낼 수 있었다. 이메일용 예쁜 카드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음악도 같이 보낼 수 있게 되자 상대방에게 들려줄 좋은 노래를 고르며 시간을 보냈다. (-147-)
난 속상한게 맞고
슬픈 게 맞고
착잡한게 맞고
힘든 게 맞고
아픈 게 맞으니까.
그럴 때 나는 특히 시집을 잡는다. 많은 글자 속에서 시간을 찾고 나를 찾는다. (-126-)
나 있잖아, 작년에 처음으로 염색을 해봤어. 레드브라운 컬러로 왠지 너무 해보고 싶더라고. 살다보면 가끔 심술이 날 때도 있고 일탈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그렇지만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지기는 어려우니까 최대한 협의하며 작은 일탈을 해 보고 싶었어. 그래서 미용실에 가서 "최대한 빨간 것으로 염색해 보고 싶어요"라로 말했어. (-235-)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신입사원이었던 때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보려고 하는,대학교 5학년 같은 시절, 대학교에서는 분명 고학년,고학번이었는데 일자리를 구하려고 보면 막내둥이가 된다. 그때는 뭘 해도 다 서툰 느낌이 들어서 친한 지인한데 이런 볼멘소리를 했었다. (-304-)
누구나 갓 신입이거나 새로운 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학창시절 겪었던 여러가지 일화들,좌충우돌 살아가는 다양한 경험의 산실도 처음이었고,그 처음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놓칠 수 없었던 건, 1990년 생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 박시은의 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이다. 어릴 적 발끈해서 가출하였던 ,유치한 경험, 라디오 작가가 되기 이전 시작했던 교내 방송활동, 머리에 염색을 하였던 것도 소소한 일탈이며, 도전이자 용기가 된다. 처음이라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 삶은 풍부해지고, 우연과 필연적 사건들이 내 주변에 모여들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확행, 힐링이라는 것이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았다. 때로는 설레임으로, 때로는 열정으로, 그리움의 형태로, 그리고 사랑과 만남으로 완성되어, 어떤 처음은 나에게 뼈저린 후회로 남을 때도 있다. 한켠 아스라히 전해져 오는 박시은 작가의 감정의 스펙트럼, 그 스펙트럼 속에 감춰진 인생 이야기, 나에게 채워야 할 빈틈은 어디에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록과 기억을 통해 내 삶의 추억들을 꼽씹어 볼 수 있게 되었다. 유치하지만, 그때는 가능했던 어린 시절의 그 때의 자화상이 내 삶의 긍정의 씨앗이 될 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