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건너온 장미꽃처럼 - 시가 이렇게 왔습니다
이기철 지음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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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나는 봄날같이 따뜻한 시를 쓰려 했습니다. 냇물을 거너온 실바람 같은 시를 쓰려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도 제 신명으로 붉게 피었다 지는 풀꽃 같은 시를 쓰려 했습니다. 길가에 흩어진 바지랑대 끝에서 오지 않는 짝을 기다리는 곤줄박이의 노래 같은 시를 쓰여 했습니다. 시 한 줄로 슬픔을 빗질할 수 있는 시, 세상의 연인들이 쓰는 편지의 첫 구절 같은 시를 쓰려 했습니다. (-4-)


내가 가꾸는 아침

연필 깎아 쓴다

누구에게라도 쉬이 안기는 아침 공기를
섬돌 위레 빨아 넌 흰 운동화를

손톱 나물, 첫돌아이,어린 새, 햇송아지
할미꽃 그늘에 앉아 쉬는 노랑나비를 

밟으면 신발에 제 피를 묻히는 꽃잎
가지에 매달려 노는 붉은 열매 식구들을

내 무릎까지 날아온 살구꽃 꽃이파리
편지 쓰는 연인의 복숭앗빛 뺨

연필 깎아 쓴다.

세상을 건너가는 열렬한 기후들
나에게 놀러 온 최초의 날씨들. (-75-)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파란하늘, 붉은 저녁놀, 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물결, 메밀꽃밭 위를 하염ㄴ없이 날고 있는 잠자리 떼의 풍광은 아름답기보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정경입니다. (-185-)


슬픔이 아름답다면 나는 마음 놓고 슬프겠습니다.
삶의 노래는 작게 불러야 크게 들립니다. (-181-)


풀잎

초록은 초록만으로 이 세상을 적시고 싶어 한다.
작은 것들은 아름다워서
비어 있는 세상 한 편에 등불로 걸린다.
아침보다 더 경허해지려고 낯을 씻는 풀잎
순결에는 아직도 눈물의 체온이 배어 있다.
배춧값이 폭등해도 풀들은
제 키를 낯추지 않는다.
그것이 풀들의 희망이고 생애이다.
들 가운데 사과가 익고 있을 때
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만의 영혼을 이끌고
어느 불 켜진 집에 도착했을까
하늘에서 별똥별 떨어질 때
땅에서는 풀잎 하나와 초록 숨 쉬는
갓난아기 하나 태어난다
밤새 아픈 꿈꾸고도 새가 되어
날아오르지 못하는 내 이웃들
그러나 누가 저 풀잎 앞에서
짐짓 슬픈 내일을 말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따뜻한 방을 그리워할 때
풀들은 따뜻한 흙을 그리워한다. (-192-)


시인은 시를 쓰면서, 시상에 봄을 채우려 하였다. 봄이 상징하는 평온하고, 목가적인 자연 그대로의 모습, 따스한 봄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반겨주고,겨우내 추웠던 우리의 차가움을 녹여주곤한다. 시인은 시를 톻해서 우리악 놓치고 있었던 정겨움을 찾아내고 싶었으며, 생각에 생각을 박아서 한 편의 시를 완성해 내고 있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시인 스스로 연필에 대한 오마주,봄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을 듯 하다. 삶의 기록들이 층층히 쌓이면서,우리는 그렇게 영글어 가고 있었으며, 때로는 과거를 잃어버리고, 소소한 것들을 잃어버리곤 하였다. 시인이 회복하고자 하였던 것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치와 가치다. 그 고유의 가치에 대해서 인간은 어느 순간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기다림과 인내를 어리석음으로 치환한다. 그러나 이 책을 잃으면, 삶의 지혜는 그 바보스러움, 우직함과 진정성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인간이 생각하는 효율성과 적극성, 인위적인 가치는 자연의 이치를 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슬픔이 찾아오면 ,슬픔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그 감정으로 채워진다면,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삶이란 그런 것이다. 평온하고, 평화롭고, 따스하면서, 진실되어짐, 인간이 회복해야 한 궁극적인 삶이라고 보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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